GE, 조강지처 버리고…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7분


업체 상징 ‘가전’ 매각-분사 방침에 해석 분분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업체의 대명사였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가전 사업을 매각 혹은 분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100년 넘게 GE의 이미지를 규정해 온 상징적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결단을 놓고 경제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GE는 이제 다른 회사”=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GE가 가전사업 매각을 통해 성장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정리하는 동시에 혁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GE는 최대 80억 달러에 가전 사업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가전업체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분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전 사업은 지난해 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GE 전체 매출(173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침체 탓에 올해에는 매출이 10∼12% 떨어질 것으로 기업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GE는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과 의료, 항공, 에너지 분야는 물론이고 NBC유니버설을 포함한 각종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제 젊은 세대는 GE를 미디어 회사로 인식할 정도다. 최근엔 항공, 풍력발전 사업에 50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관계자는 GE가 이미 오래전에 손을 뗐어야 했던 가전사업을 예상보다 오래 붙잡고 있었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혁신을 통한 재도약을 위해서는 기업 브랜드를 대표해 온 사업이라 하더라도 과감히 내려놔야 한다는 것.

게다가 GE는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6% 하락한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분야를 정리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을 받아왔다.

뉴욕의 경제분석가 로버트 셰노스키 씨는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NBC유니버설을 포함한 다른 사업 분야의 매각도 가능할 것”이라며 “GE는 이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틱한 변신=환골탈태하기 위해 자식처럼 아끼던 대표 사업을 정리한 회사는 GE뿐만이 아니다. IBM은 수익성 높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2004년 중국의 전자회사 레노보에 PC사업을 넘겼다.

인텔은 주력사업을 기존의 컴퓨터 메모리칩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로 옮겼고 코닥은 필름 사업에서 디지털 이미지 사업으로 옮겼다. 코닝은 부엌에서 사용되는 유리용기 제조업체의 이미지를 벗고 광섬유와 산업용 정밀유리 산업으로 부활했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cash cow)을 포기하는 데 대한 반발이 없지는 않았다. IBM의 경우 경쟁자로 급부상하는 중국 회사에 ‘싱크패드’ 같은 유명 브랜드까지 넘긴 뒤 미국 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과감하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실험의 상당수는 성공해 기업이 더 큰 회사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다만 GE의 이번 가전사업 매각 방침 발표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JP모건체이스의 경제분석가 스티븐 투사 씨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최적의 매각 시점인지, 또 GE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결정이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반응도 일단 부정적이다. “더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전략적 해법”이라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매각 방침 발표가 나온 16일 이 회사의 주가는 0.24달러 하락한 32.13달러에 마감됐다. 52주 최저치 수준이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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