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亞국가들 “자원 줄게 ‘개발경험’ 다오”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한승수 국무총리가 17일(현지 시간) 카스피 해 연안 도시인 튀르크 멘바시에 조성된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엔진오일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한승수 국무총리가 17일(현지 시간) 카스피 해 연안 도시인 튀르크 멘바시에 조성된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엔진오일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亞국가들, 순방중인 韓총리에 ‘금융위기 해법’ 등 요청

한승수 국무총리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홍 박사는 각국 경제개발부에서 보자는 통에 무척 바쁜 일정을 보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특히 ‘금융위기 해법’을 청했다. 외자도입으로 부동산 붐을 일으켜 고성장한 카자흐스탄은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외자가 빠지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권위 있는 세계은행식 방법도 마다하고 한국식 해법을 택했다. 외환위기를 몇 년 만에 졸업한 ‘생생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반세기 동안 ‘극빈, 고성장, 금융위기, 세계화’를 모조리 겪은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다”며 “외교는 주고받기다. 자원을 얻으려면 무언가 줘야 하는데 상대가 원하는 것은 우리만 갖고 있는 개발 경험”이라고 말했다.

중앙아시아가 제2의 중동으로 부각되면서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저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공적개발원조(ODA) 등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 총리는 “한국의 비교우위는 개발 경험과 첨단 정보기술(IT)에 있다”고 했다.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3일 한 총리와 면담하면서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공유와 협력을 요청했다. 한 총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동시에 잠빌 해상광구(추정 매장량 10억 배럴)의 지분 양수도 본계약 체결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지시로 4년 동안 끌어온 문제가 해결됐다. 회담 직후 우리 정부는 100만 달러를 들여 올 하반기에 한-카자흐 경제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경희대 성극제 교수는 최근 아제르바이잔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6월에 또 방문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한 ‘과외수업’을 해주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의 지식공유사업의 일환으로 모두 ‘공짜’다.

성 교수는 “WTO 가입은 절차가 복잡하고 각 조항의 파급력을 간과하기 쉽다”며 “산업마다 전문가가 붙어 있다. 나는 통신 서비스 분야를 맡아 요금 규제, 시장 독과점 문제 등 준비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꼴찌 수준인 ODA 규모도 늘릴 계획이다. 이번 총리 순방을 계기로 올해는 지난해 대비 우즈베키스탄 2배, 카자흐스탄 2배, 아제르바이잔 10배, 투르크메니스탄 50배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스타나·아슈하밧=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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