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쇳조각 햄버거’ 맥도날드 “사과는 무슨…”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후추 같은데요….”

주부 송모(24) 씨는 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맥도날드 관훈점에서 16개월짜리 딸과 ‘빅맥’ 햄버거를 먹다 쇠고기 패티 안에 쇳조각처럼 보이는 이물질 여러 개가 촘촘히 박힌 것을 발견했습니다. 육안으로도 한눈에 구분될 정도였다는 것이 송 씨의 설명입니다.

송 씨가 매장 측에 항의하자 매장 관계자는 “후추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맥도날드 본사는 당시 동아일보 기자의 취재에 대해서도 “우리 쪽에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았을 수 있지 않느냐”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맥도날드는 이 햄버거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송 씨가 나서서 식약청에 신고한 뒤에도 맥도날드는 “주방 위생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식약청은 16일 “이물질은 패티를 굽는 과정에서 들어간 쇳조각”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맥도날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잘못은 맥도날드 측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여전히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하네요. 한 군데 개별 점포에서 벌어진 일을 회사 차원에서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맥도날드의 설명입니다. 기자가 “문제가 된 관훈점에라도 사과문을 붙일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맥도날드 관계자는 “햄버거 한 개에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에도 플라스틱 조각이 햄버거에서 발견돼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허술한 위생관리가 도마에 올랐지만 맥도날드가 그 일로 공식 사과한 적은 없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라면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비록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고객에게 불안과 피해를 끼쳤다면 정중히 고개 숙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반복된 실수에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은 세계적인 브랜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맥도날드는 이물질이 들어간 햄버거를 아기와 함께 먹느라 놀란 송 씨의 마음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분노로 바꿔 놓았습니다. 취재 당시 “왜 식약청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식파라치 사례도 많고…”라고 했던 맥도날드 측의 미온적 대응이 떠올라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이원주 기자 산업부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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