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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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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그룹은 선정된 업체로부터 후보자를 3∼5배수로 추천받는다. 이때 이력서와 함께 꼭 챙겨 보는 게 있다. 동료나 상사들이 후보자를 평가한 ‘평판조회’ 보고서다.
H그룹 인사담당자는 “요즘 구직자들의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 대비가 워낙 발전하다 보니 평판조회를 후보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중요 자료로 활용한다”며 “특히 최근 삼성그룹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사태와 지난해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논란 이후 평판조회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력자 채용의 필수 과정”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지난해 3월 국내 대기업 159개사를 대상으로 ‘평판조회 실시 현황’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91개사(57.2%)가 ‘경력사원 채용 시 평판조회를 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86개사(94.5%)는 ‘평판조회 결과가 최종 채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에 따르면 평판조회 건수는 2004년 13건에서 지난해 65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3월 말 현재 21건을 의뢰받았다.
임현선 커리어케어 경영기획실 부장은 “이 수치는 기업들이 평판조회를 공식 의뢰한 것만 집계한 것”이라며 “헤드헌팅으로 인재를 뽑을 때 필수적으로 실시하는 평판조회까지 합치면 평판조회 건수는 10배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이전 직장에서의 평판과 업무태도가 현 직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인사담당자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 평판조회 절차
헤드헌팅 업계에 따르면 평판조회에는 닷새 정도 걸린다. 한 명당 비용은 300만∼500만 원.
먼저 후보자의 이력서 내용을 검증한다. 대학과 후보자의 이전 직장에 공문을 보내 경력을 조회한다. 이어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후보자가 일했던 회사의 동료 및 선후배를 5, 6명 찾아내 후보자를 검증한다. 후보자와의 개인적 친분 혹은 악감정 때문에 극단적인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 가장 좋은 평가와 가장 나쁜 평가는 제외하고 보고서를 만든다.
공금 횡령, 허위 경력 기입, 학위 조작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전체의 약 5%다. 이 경우는 채용에서 탈락할 확률이 거의 100%다.
인재평가 전문회사 유앤파트너즈의 권성미 소비재팀장은 “최근 기업들은 스카우트 대상자의 업무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본다”며 “임원급 인사를 영입할 때는 특히 회계 부정 여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 평판조회에 대한 반발도 많아
평판조회는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으며 신뢰성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헤드헌팅 업체들은 보안을 유지하며 ‘비밀스럽게’ 평판조회를 실시한다. 사생활 침해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후보자가 다니는 현 직장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