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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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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집단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지주회사 관련 규제는 소홀히 다뤄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집단이 지난 정부의 정책에 순응해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비(非)지주회사보다 더 많은 규제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차별적 규제였던 출총제 폐지는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지주회사 관련 규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지배구조 투명해 더 많은 규제
국내 재계 서열 10위권 그룹 가운데 현재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그룹은 SK, LG, GS, 금호아시아나 등 4곳이다. 재계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8월 말 현재 모두 40개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삼성이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처럼 A→B→C→D→A 형태의 순환출자 구조가 아닌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비교적 단순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지주회사의 경우 증손회사까지 출자하기는 힘들다는 것. 공정거래법은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할 때만 출자를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SK㈜와 ㈜LG가 각각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LG디스플레이는 증손회사 출자에 제약을 받지만 경쟁사인 네이버나 삼성SDI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손자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공동출자법인에 대해서는 증손회사를 허용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으나 실질적 규제개혁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지주회사의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고민 끝’인 줄 알았으나 지금은 지배구조가 투명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규제를 받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 지주회사 강제전환 공정法 ‘독소조항’
특정 회사가 소유한 자회사의 주식 합계액이 전체 자산의 50% 이상이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하도록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조항도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회사의 주식 평가액에 따라 어떤 해에는 지주회사가 됐다가 다음 해에는 제외될 수 있어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해칠 수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출총제가 폐지돼도 지주회사 기업에 대한 제한은 살아 있다. 지주회사로 갈지, 대기업집단으로 갈지 선택하도록 해 달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지 않기 위해 투자를 억제하거나 주식을 편법 거래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주선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지난 정부가 출총제를 유지한 채 지주회사가 기업지배구조의 유일한 해답인 것처럼 몰고 갔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배구조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주회사 역차별 논란의 주요 쟁점 | |
| 지주회사 | 비(非)지주회사 |
| ―금융회사 보유 금지 ―수직 출자만 허용 ―자회사 지분 일정 수준 이상 의무 보유 ―자회사와 같이 공동출자 불가능 ―3단계 이상 출자 때 지분 제약 |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 보유 가능 ―수직·수평 출자 모두 가능 ―자회사 보유 지분에 대한 제한 없음 ―계열사와 함께 공동출자 가능 ―3단계 이상 출자해도 제한 없음 |
| 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 기준. | |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