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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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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중학교 교복을 사러 갈 때보다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땐 어디에서 교복을 사야 하는지 몰라 난감했었거든요.
게다가 2월 중순이 넘어서야 진학할 학교를 정해 주니 입학식에 교복이라도 제대로 입고 갈까 싶어 은근히 걱정이 많았답니다.
30년도 더 전에 서울 종로에 있는 한 교복점에서 교복을 맞췄던 게 마지막이니….
당시에는 치수를 잰 뒤 한참을 기다려서야 내 옷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 만들어진 옷 중에서 고르면 되니 참 간편해졌습니다. 》
백화점 지하에는 잘 알려진 대형 교복업체 세 곳이 교복을 팔고 있었습니다. 다른 업체도 이 학교 교복을 만들 텐데 무슨 까닭인지 함께 자리하지 못했네요.
업체마다 제가 알 정도로 유명한 소위 ‘아이돌 스타’들이 교복을 입고 한껏 폼을 잡는 광고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교복을 구입하는 중고교생에게 어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모델을 골랐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저 친구들에게 쥐여준 광고비가 얼마나 교복값에 포함됐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교복 시장의 연간 매출액이 6000억 원 규모라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모양이야 학교가 정했으니 당연히 똑같지만, 어느 업체나 값도 비슷하더군요. 어떻게 업체마다 값이 같을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궁금증은 일단 접어 두고 딸아이에게 직접 선택하게 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 집이 그 집 같은데도 당사자인 딸아이는 찬찬히 돌아가며 살피더군요. 그렇지요. 3년을 입고 다닐 옷인데…. 위아래 한 벌에 여벌의 블라우스까지 넣으니 30만 원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예상보다 큰돈입니다. 그렇다고 옷감이 썩 좋은 것도 아닌데.
“3년 내내 입을 옷이니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라고 판매장 아가씨가 옆에서 거들지만, 부모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여름이 되면 또 그만큼을 주고 하복을 사야 할 텐데.
체육복처럼 공동구매를 할 수 있으면 이보다는 저렴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런데 왜 2만 원짜리 체육복은 신입생들끼리 공동구매를 하자는 연락이 왔는데 더 비싼 교복은 공동구매를 하자는 학부모들이 없었을까요. 또 궁금해집니다.
하긴 학부모회가 입학 후에나 만들어지니까 신입생들의 교복을 공동구매하자고 제안할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겠네요. 아니, 어쩌면 제가 나서서 제안할 수도 있었는데 ‘감 떨어지기’만 기다린 것일 수도 있네요. 다음에 학부모회에 가면 엄마들에게 꼭 물어봐야겠습니다.
여정성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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