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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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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2일 장중 3,000 선이 붕괴됐다가 다시 회복하는 등 급등락 장세를 보였다. 중국 증시에 20조 원을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롤러코스터 같은 중국 주가의 움직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후 2시경(현지 시간) 전날보다 124.10포인트(3.98%)나 하락하며 2,992.88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베이징(北京)은행, 화셔(華夏)은행 등 주요 은행이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자 금융주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해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1일에도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장중 7% 가까이 폭등했지만 고(高)유가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우려로 이내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0.72% 오르는 데 그쳤다.
○ 롤러코스터 같은 주가 움직임
전문가들은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해 최고점 대비 50%가량 폭락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투자자들이 작은 호재나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중국 정부가 내놓은 증시 안정 정책이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실망감으로 급락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비유통주’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상장기업 대주주가 앞으로 1개월 내 전체 발행주식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비유통주를 매각하려면 반드시 대량매매(블록거래)를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 연간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발표 직전 30일 동안은 대주주가 해제된 비유통주를 매각할 수 없도록 했다.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보유주식을 매각할 때는 미리 공시하도록 했다.
비유통주란 상장기업의 대주주나 금융기관이 상장 이전에 갖고 있던 주식을 보유의무 기간이 끝나 매물로 내놓은 주식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는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중국석유와 시노펙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들에 손실 보전을 해 줌으로써 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정책으로는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비유통주 문제와 기업 실적 악화를 완화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정서가 시장에 팽배해 있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고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을 시행하는 등 좀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처방이 나오지 않으면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고유가로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제품 가격 인상을 금지하고 있어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 “주가수익비율 18배 정도로 적정 수준”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언제 상승할지는 모르지만 바닥에 근접한 것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 조용찬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올해 예상 기업 실적을 기준으로 18배 정도여서 적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주가 부양을 위해 주요 기업의 상장 시기를 늦추고, 연기금 등의 주식편입 비율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계속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이달 말 공상은행과 중국알루미늄의 비유통주 600억 위안어치가 나올 예정인데 이 고비를 넘기면 다음 달부터는 수급 불안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증시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수익이 난 경우가 아니라면 증시가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며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지금이 신규 투자를 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