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진출 자동차기업 ‘파업은 독약’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6분


러시아에서 자동차 제조업체의 파업 여부가 자동차 판매량 순위를 좌우하는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유럽상공인협회 러시아지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포드가 3위로 밀려났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드 현지공장 근로자들의 파업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올가 드미트리예브나 러시아 수입차판매협회 분석팀장은 “포드가 지난해 말 장기 파업으로 올 1분기(1∼3월)부터 공급량이 크게 줄어 선두 자리를 뺏겼다”고 말했다.

포드 공장에서 일하는 러시아 근로자들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장기 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포드 현지공장은 하루 자동차 생산량을 300대에서 100대로 줄였다.

지난해 포드의 파업 후유증은 올 1분기 실적에 그대로 나타났다. 포드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 늘어난 반면 경쟁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실적은 97%, 시보레는 54% 증가했다.

공급 물량 격차는 판매 순위를 뒤바꿨다. 지난해 4위였던 시보레는 올 1분기 1위로 등극했고 포드는 3위로 밀렸다.

러시아 자동차시장 분석기관인 브로커크레디트서비스의 세바스찬 코지친 씨는 “최근 순위 변동은 단 한 차례의 부분 파업도 시장 점유율 상위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파업에 따른 공급 부족 사태는 현대차도 겪은 바 있다. 2005년까지 선두를 달렸던 현대차는 2006년 6, 7월 파업으로 2위로 밀린 데 이어 지난해 2분기(4∼6월)에는 5위까지 추락했다. 현대차가 파업 후유증을 앓고 있을 때 포드는 대대적인 물량 공세로 1위로 올라섰다.

현대차의 판매 실적이 회복된 시점은 지난해 3분기(7∼9월).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포드 공장 근로자들이 부분 파업을 벌이던 때와 겹친다. 당시 현대차도 한국에서 새로 들여온 신차를 시장에 풀어 반전을 노렸고 올 1분기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현대차의 선두 탈환을 낙관하기는 아직 어렵다. 이 회사 러시아 공장 근로자들은 근무시간 단축 또는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외제 자동차 판매량이 매년 50% 이상씩 늘어나는 대표적인 신흥 시장이다. 한국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자동차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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