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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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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 사장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핵심 덕목은 도전과 패기다. ‘전공’ 영역에 대한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도전과 패기가 없으면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어렵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신임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더 많은 행복을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패기를 갖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그룹이 지난해 말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 3곳에 도입한 ‘회사 내 회사(CIC)’의 사장단도 도전과 패기의 리더라는 공통점이 있다.》
CIC 제도는 기업 CEO가 모든 책임을 지던 체제에서 CIC 사장이 부문별 책임 경영을 하도록 바꾼 사내(社內) 독립기업제도로 SK그룹의 ‘변화 경영’을 상징한다.
CIC 사장들은 그룹 내에서 각각 전공 영역이 다르지만 자기 분야에서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미래의 신(新)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 김명곤, 석유영업 전문가 … 구자영, 엑손모빌 출신
김명곤 SK에너지 정유·마케팅(R&M) 사장은 석유사업 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석유사업과 정제공장 운영 업무를 총괄한다. SK네트웍스에서 에너지 판매부문을 맡다가 2003년 SK에너지로 옮긴 뒤 석유사업 매출을 20조 원대로 키우는 동시에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올려 SK에너지가 수출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구자영 SK에너지 전략·연구개발(P&T) 사장은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에서 연구개발(R&D) 전문가로 활동하다 올해 초 영입됐다. 엑손모빌 기술연구소의 혁신기술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해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앞으로 SK에너지의 ‘먹을거리’를 찾는 중책을 맡았다. 최근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기획단 에너지·환경분과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유정준 SK에너지 자원개발·화학(R&C) 사장도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한국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 영입됐다. 이후 SK 사업개발지원본부장, 경영지원부문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으며 현재 자원 개발 및 수출 확대 등 해외사업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김준호 SK에너지 기업경영서비스(CMS) 사장은 인사와 재무, 법무, 홍보 등을 총괄하며 사내 등기이사도 맡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에서 20여 년간 검사로 근무하다 2004년 SK에너지로 옮긴 뒤 단기간에 사장까지 승진해 화제가 됐다. 법조인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SK에너지의 윤리경영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 하성민, 재무-기획통… 오세현, IT전략 전문가
하성민 SK텔레콤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MNO) 비즈 컴퍼니 사장은 재무통이면서 경영전략에도 밝다. 2000년 신세기통신의 재무관리실장으로 임명돼 SK텔레콤과의 합병 작업을 깔끔히 처리한 데 이어 최근 하나로텔레콤 인수 작업도 진두지휘했다.
오세현 SK텔레콤 컨버전스·인터넷(C&I) 비즈 컴퍼니 사장은 기술전략 분야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본부장 및 전략본부장을 지내면서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SK텔레콤의 유명 브랜드인 ‘TTL’ 개발의 주역인 서진우 SK텔레콤 글로벌 비즈 컴퍼니 사장은 회사의 ‘사업 영토’를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으로 넓히는 작업을 주도해 왔다. 지금은 회사의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과 글로벌 경영시스템 구축을 위해 뛰고 있다.
○ 이창규, 그룹 내 브레인… 송진규, 통신 테크노크라트
이창규 SK네트웍스 상사컴퍼니 사장은 기획력과 글로벌 사업 능력을 겸비한 ‘브레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04년부터 SK네트웍스의 경영지원부문장과 패션·수입자동차·부동산 사업을 총괄하는 커스토머사업부문장을 겸임하면서 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 졸업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커스토머사업을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시켜 주목을 받았다.
송진규 SK네트웍스 정보통신컴퍼니 사장은 그룹 통신사업에서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20여 년간 SK텔레콤에서 운용본부장, 네트워크부문장 등으로 일하면서 통신망 운용품질을 향상시키고 3세대 이동통신 전국망을 조기에 구축해 SK텔레콤의 네트워크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김태진 SK네트웍스 에너지마케팅컴퍼니 사장은 1981년 유공(현 SK에너지)으로 입사한 뒤 SK네트웍스의 에너지판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 전문가다. 스피드메이트 사업부장(상무), 에너지판매부문 총괄본부장(전무) 등을 거쳐 CIC 사장으로 발탁됐다. 현재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변경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조기행 SK네트웍스 경영서비스컴퍼니 사장은 옛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와 SK에너지에서 줄곧 재무구조 개선업무 등을 맡아 온 재무통. 2003년 이른바 ‘SK 사태’ 극복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으며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체제 구축 등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제고 작업에도 깊이 관여했다.
SK그룹에는 아직 CEO는 아니지만 향후 그룹을 이끌어 갈 리더 후보로 꼽히는 부사장도 적지 않다. 그룹 내 생명과학사업의 기초를 다진 신승권 SK케미칼 부사장, 에너지 및 정보통신 사업개발 기획통인 정철길 SK C&C 부사장, 30년이 넘는 증권 영업 경력을 가진 이명진 SK증권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또 30년간 플랜트 수출 전문가로 활약한 김명종 SK건설 부사장, 그룹 브랜드경영 및 홍보 실무책임자이면서 재계 및 언론계에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부사장)도 눈여겨봐야 할 부사장들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사촌형제들 ‘화합경영의 힘’▼
특히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최종현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창업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SK그룹은 사촌 형제들끼리 합심해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
최신원 SKC 회장은 화합과 책임 경영의 원칙을 실천한 주역이다.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이자 대주주 경영인의 좌장 격인 최 회장은 최종현 회장 타계 직후 형인 최윤원 회장(2000년 폐암으로 사망)과 함께 사촌 동생인 최태원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내세워 경영권을 안정시켰다. 사촌 형제 간 상속권 분쟁 등 ‘불협화음’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평소 ‘덕(德)의 경영’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은 지난해 SKC의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훈장은 45년 전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건 창업주가 민간인으로는 처음 받은 것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및 SK가스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 가운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과(학사)와 스탠퍼드대 재료공학과(석사),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SKC 경영지원본부장(상무), SK C&C 최고경영자(CEO) 보좌임원(전무), SK텔레콤 부사장 등을 거쳤다.
최종건 창업주의 3남으로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SK케미칼의 신(新)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1994년 SK그룹 경영기획실 근무를 시작으로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SK상사(현 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와 기획 업무를 맡았다.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은 그를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한국인 리더’의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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