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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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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세계 TV시장에는 와인 잔 모양을 닮은 TV, 삼성전자의 ‘보르도’가 나타났다.
유리잔 같은 광택이 흐르는 외관, 모든 버튼과 스피커를 TV 안쪽으로 숨긴 깔끔함…. 액자처럼 심플하고 세련된 이 TV 디자인에 세계 소비자들은 단숨에 시선을 빼앗겼다. 30년 넘게 일본 기업들이 선두 자리를 지켜온 글로벌 TV시장의 주도권이 삼성전자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보르도TV 시리즈를 이어가며 3년째 세계 TV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르도 신화’를 낳은 삼성전자 TV디자인팀의 대표 디자이너는 강윤제(39) 상무, 양준호(37) 수석 디자이너, 부민혁(36) 책임 디자이너, 김경훈(34) 책임 디자이너 등 4명. 이 가운데 강 상무는 보르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최연소(38세) 임원이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TV 디자인 경력만 각기 10년이 넘어 회사 내에서 ‘영상 귀신’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서울 중구 순화동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좋은 디자인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로 그간 이뤄낸 ‘디자인 경영 신화’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디자이너는 기업(제품)과 고객 사이의 ‘중매쟁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의 정체성(Identity)을 이어가면서도 각 제품의 독창성(Originality)을 살리는 것은 제품 디자인에서 늘 신경 쓰는 점이죠.”
(양 수석 디자이너) 강 상무는 “이러한 작업에선 각 부서 간에 굉장한 파트너십이 요구된다”며 “5년 전 삼성전자가 ‘디자인 선도 기업’을 선언한 이후로는 제품 기획부터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경영진이 모두 모여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 책임 디자이너는 “특히 디자이너에게는 ‘미적 요소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는 ‘경영 마인드’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TV는 집 안의 ‘꽃’이에요. 비싼 제품도, 싼 제품도 삼성전자 제품이라면 모두 좋은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죠.”(김 책임 디자이너)
이들은 최근 2008년형 보르도TV 시리즈의 첫 작품인 ‘크리스털 로즈’를 내놓았다.
TV 베젤(테두리) 부분에 크리스털 느낌이 나는 소재를 적용하고, 그 바탕에는 깊고 은은한 장밋빛 색감을 녹여낸 이 제품은 주위 빛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변해 마치 하나의 크리스털 공예품과 같은 느낌을 준다. 소재도, 색감도, 스프레이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공법도 모두 처음 도전한 것이다.
강 상무는 “이는 모든 파트가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공감대를 갖고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Touch Of Color(TOC)’, 유럽에서는 ‘크리스털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크리스털 로즈는 현재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