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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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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그동안 저평가… 뉴타운 등 개발호재 많아”
중개업소 “부녀회 압력심해… 소형 중심 너무 올라”
“역세권 75m²(22평) 아파트 값이 불과 2년 전까지 1억 원이었어요. 턱없이 저평가됐던 거죠. 최근의 가격 상승은 제값을 찾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주민 김모 씨)
“아무리 ‘제값 찾기’라지만 1년 새 두 배로 오르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담합이나 투기 없이 이렇게 오를 수는 없어요.”(부동산정보업체인 A사 정보분석실장)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의 소형 아파트 중 상당수는 최근 1년 새 두 배로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오른 곳도 많다. 당연히 집값 폭등 원인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민들은 “오름세는 당연하며 아직 덜 올랐다”는 주장인 반면 부동산 정보업계는 담합과 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이곳 집값 급등 탓에 서울 동북권 소형아파트 수요자들은 경기 의정부시 등 서울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다.
○ 주민-중개업계, 집값 수준 둘러싸고 입씨름
6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인근 보람아파트 상가. 1층에 늘어선 중개업소 유리창에는 여느 중개업소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 시세가 없다. 중개업소가 거래시세를 붙여놓으면 주민들이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항의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올랐지만 주민들 기대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것.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최근 노원구의 집값 조사를 아예 중단했다. 1년 새 많게는 갑절 수준으로 오른 집값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노원구와 도봉구에서 1년 새 50% 이상 가격이 오른 아파트가 30개 단지를 웃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저평가된 아파트의 제값 찾기라고 주장한다.
상계동 주민 이모(39) 씨는 “2006년 초까지 노원구나 도봉구에서 지하철역 인근 59m²(18평) 시세가 9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현재 정상으로 접근 중”이라고 주장했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59m² 시세는 2006년 하반기 8500만 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1억8000만 원을 호가한다.
주민들은 창동 차량기지 개발, 창동 민자역사 건설, 상계뉴타운 조성 등 개발 호재가 많은 점도 집값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 “집값 상승 일리있다” “너무 올라” 엇갈려
그러나 중개업계의 분석은 달랐다. 중계동 K부동산 관계자는 “뉴타운 조성 등 각종 개발계획은 다른 구에도 많다”며 “또 개발 계획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담합과 투기 의혹도 제기된다. 상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녀회에서 특정 금액 이하로는 집을 팔지 못하도록 주민과 중개업소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며 “특히 S아파트의 몇 개 단지가 심했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의 박모 대표는 “올 초 아파트 단지의 부녀회 회원들이 몰려와 ‘시세표의 가격이 너무 낮다. 올리지 않으면 각오하라’고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부 김모(44·노원구 상계동) 씨는 “지난해부터 주민들 사이에 집값을 올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제값 받겠다는 걸 무조건 담합이라고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출규제 탓에 소형 아파트에 수요자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 김혜현 정보분석팀장은 “지난해부터 대출규제 탓에 서민들이 중형 아파트를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소형 아파트 매입에 나섰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집값 상승의 이유 중 일리가 없는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노원구와 도봉구의 집값 급등은 전반적인 소형 아파트 수요 증가에다 지역의 개발 호재, 담합, 투기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한다.
○ 소형 아파트 수요자, 서울 바깥으로 내몰려
5월 결혼을 앞둔 회사원 김모(30) 씨는 최근 신혼집으로 소형아파트를 장만하려다 포기했다. 직장과 가까운 노원구 상계동의 80m² 아파트 시세가 예상보다 비싼 2억8000만 원이었기 때문. 그는 의정부시 일대에서 소형 아파트를 살 계획이다.
서울 동북권에 직장을 둔 아파트 수요자 가운데 김 씨처럼 서울 바깥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올해 서울 강북 재개발로 이주해야 할 수요자가 2만 가구에 이른다”며 “이들은 소형 전셋집을 구하고 있어 ‘전세금 상승→매매가 상승→서울 바깥으로 이주’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