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영업이익 3년 만에 증가세로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코스피 상장사 555곳 작년 12.19% 늘어

2005년부터 2년간 뒷걸음질치던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원자재 가격 급등,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는 상승), 미국발(發) 신용경색 등 갖가지 악재가 겹쳤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고, 금융회사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 제조업 1000원어치 팔아 67원 이익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3일 코스피시장의 12월 결산법인 555개사(제조업 546개사, 금융업 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7 사업연도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총 718조6719억 원으로 2006년보다 10.62%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3조50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9% 늘었다. 2005년 ―9.8%, 2006년 ―7.8% 등 2년 연속 감소하던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

당기 순이익도 48조86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76% 증가했다.

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7%로 전년의 6.67%보다 조금 높아졌다. 지난해 상장된 제조업체들이 1000원어치 상품을 팔아 67원의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금융업의 영업이익은 8조54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46% 증가했다. 은행권의 대출자산이 커져 이자수익이 증가했고, 동시에 펀드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도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코스닥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내 경쟁 심화 등 대내외 악재를 이겨내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53% 감소했다. 특히 순이익은 6418억 원으로 50.24% 급감하며 반 토막 수준이 됐다.

○ 10대 그룹이 실적 개선 주도

지난해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계열 상장사의 매출액은 총 335조2028억 원으로 2006년보다 10.24% 늘었다. 순이익도 23조7092억 원으로 23.57%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액은 4조5218억 원으로 전체 코스피기업 순이익 증가분의 68%를 차지했다.

실적에 따른 희비는 그룹에 따라 나뉘었다.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좋았던 LG그룹의 순이익은 3조4850억 원으로 2006년보다 3조4785억 원(5만3507%) 급증했다. 2006년 LG그룹의 순이익은 65억 원에 불과했다. 조선업계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순이익도 2조2653억 원으로 2006년보다 1조3162억 원(138.67%) 늘었다.

반면 삼성그룹은 영업이익이 6조95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6% 감소했다.

한화증권 서도원 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안 좋아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됐고, 브라운관과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삼성SDI 주력 제품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순이익이 2006년 3830억 원에서 107억 원으로 급감한 영향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80.14% 줄었다.

○ 내수와 수출 양호… 올해는 불투명

지난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4.1%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이런 수출 증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신흥시장 공략이 꼽힌다. 중국 중동 남미 등의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운수 기계 화학 등의 업종이 두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운수장비(조선 자동차 등)가 전년 대비 82.33%, 운수창고(해운 등)가 84.86%로 높은 수준이었다. 연 평균 원-달러 환율은 2005년 달러당 1024.31원에서 2006년 955.51원, 지난해에는 929.20원으로 움직여 계속 수출기업을 괴롭혔다. 하지만 작년의 원화 절상 폭이 2006년보다 다소 감소한 것은 다행이었다.

동부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2006년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나빠 상대적으로 지난해 실적이 좋아 보이는 착시 효과도 뒤섞여 있긴 하지만 지난해에는 내수와 수출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며 “특히 중국 경제가 좋아 조선업체는 물론이고 다른 산업까지 전후방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외 변수가 많아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 증가, 미국의 소비수요 감소,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 가능성 등 악재들이 겹치면 올해 상장사 순이익 증가율이 4%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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