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8주년]에너지 공기업, 해외에서 새 성장동력 일군다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성장의 한계, 해외 진출로 뚫자.’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한전은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해외 사업부문 매출이 1조4000억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해외 사업부문에서 얻은 순이익도 5000억 원을 넘는다.

가스공사 역시 액화천연가스(LNG)의 국내 안정적 공급이라는 본래 설립 취지를 뛰어넘어 해외 9개국 15개 가스광구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진출은 국내 경제발전 속도가 둔화되면서 에너지산업 성장세도 정체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한전 ‘패키지 딜은 유력한 무기’

한전은 최근 나이지리아로부터 석유광구 탐사권을 따내는 조건으로 발전소 및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주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자원은 넉넉하지만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부족한 국가들을 겨냥해 이른바 ‘패키지 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한전이 전략적 진출 지역으로 삼고 있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처럼 ‘자원 부국, 인프라 빈국’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해외 자원개발 경쟁국인 중국은 부채 탕감이나 차관 제공 등 돈으로 유전을 사지만 한국은 인프라를 지어주고 유전을 따오는 한 수 위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전은 이와 함께 ‘4% 수준에 불과한 송배전 손실률’을 내세워 해외 전력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뛰어난 송배전망 운영경험과 전력 관련 통신기술을 ‘상품화’한 것. 한전은 이미 리비아, 몽골,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송배전 컨설팅 사업을 수행중이며, 올해 초 서부아프리카 전력공동체(WAPP)와 전력설비 건설 및 운영사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진식 한전 해외사업본부장은 “한전은 2015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3조8000억 원과 해외 발전용량 1000만 kW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면서 “앞으로 해외사업에 회사 역량을 집중해 현재 연 2000억 원 규모의 해외사업 매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가스공사

100% 내수용 에너지 기업으로 여겨져 온 가스공사도 최근 들어 해외 LNG터미널 건설 및 가스전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LNG를 직접 들여와 전국에 깔린 배관망을 통해 가스업체에 LNG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싸고 안정적인 LNG 조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가스가격의 90%는 원료비용이다. 이는 곧 가스시장 유통과정에서 고부가가치는 가스전 탐사 및 개발, 액화기지 건설, 운영 등 상류 부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스공사가 해외 가스시장의 상류 부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들어 가스공사의 해외 진출 노력도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인 에니와 함께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모잠비크 3개국 7개 가스 광구 탐사에 나선 데 이어 올해는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사업에도 진출했다.

가스공사 이상영 부장은 “한국기업이 투자해 가스전 개발-액화기지 건설 및 운영-LNG 국내 도입이라는 일련의 ‘한국형 LNG사업’이 조만간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의 주요 해외발전사업 현황 자료: 한국전력
사업계약체결연도사업기간 (년)설비규모(MW)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 복구 및 운영19951995∼2010650
필리핀 일리한 가스복합화력 건설 및 운영19971993∼20221200
레바논 복합화력 운영 및 정비 용역사업20062000∼2011870
필리핀 나가 발전소 지분인수 사업20052006∼2012206
중국 우시 열병합 발전사업20032004∼2027112
중국 간쑤 풍력발전사업20052005∼202649
중국 내몽골 풍력 발전사업 1단계20062006∼2026139
중국 내몽골 풍력 발전사업 2단계20072007∼2027230
중국 산시 성 발전·탄광 연계 건설 및 운영20062007∼20563174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20072007∼2036200
나이지리아 엑빈 발전소 보일러복구사업 수주2007착공 후 1년1320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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