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보국” 첫삽… ‘우향우 정신’ 으로 글로벌기업 우뚝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POSCO 내달 1일 창사 40주년

《포스코가 다음 달 1일로 창사 40주년을 맞는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비롯한 39인의 ‘철(鐵)의 전사’는 1968년 4월

1일 ‘제철보국(製鐵報國·양질의 철강재를 생산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결의하며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을 세웠다.

그동안 포스코는 100년이 넘는 역사의 선진 제철사들을 누르고 세계 정상급 철강회사로 우뚝 섰다. 품질 좋은 철강재를 값싸게 공급하면서 자동차 조선 전자 등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일본서 1억 2370만 달러 조달해 건설

포항제철이 제철소를 처음 지을 때만 해도 ‘무모한 투자’라는 지적이 많았다. 자본 기술 경험 자원 등 철강업 발전을 위한 어느 한 조건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박 명예회장은 돌파구를 일본에서 찾았다. 1969년 8월 ‘제3차 한일 각료 회담’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대일청구자금’ 7370만 달러와 일본상업은행 차관 5000만 달러를 합친 1억2370만 달러를 제철소 건설자금으로 조달했다. 한국을 식민통치한 일본에서 보상금 차원으로 받아낸 ‘피 맺힌’ 돈이었던 셈.

그런 만큼 박 명예회장의 각오도 비장했다.

그는 1970년 4월 1일 제철소 착공식 현장에서 “선조들의 피 값으로 짓는 제철소 건설이 실패하면 우리는 모두 ‘우향우’해서 동해 바다에 몸을 던져야 한다”고 독려했다.

○ 창사 이래 단 한 차례도 적자 안내

포스코는 창사 이래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고 성장을 지속했다. 1970년대 말 ‘오일쇼크’나 1990년대 철강 수요 침체 및 외환위기 때도 흑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1980년대 선진 제철소의 기술 이전 기피 움직임에 대해 고급강 개발로 맞대응하고, 부단한 원가 절감 노력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싸게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스코는 경영혁신 측면에서 출중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 제조업의 역할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1973년 포항1기 설비가 완공됐을 때만 해도 세계 70위권 밖이었으나 1998년과 1999년에 세계 1위 제철기업으로 성장했다.

○ 연산 5000만t 이상 생산 목표

하지만 포스코는 인도의 미탈 등 외국 철강업체들의 글로벌 인수합병(M&A) 공세에 밀려 2000년 이후 4위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포스코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철광석 산지인 인도와 베트남에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인데, 현지 주민들의 반발로 착공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연산(年産) 5000만 t 이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포스코 측은 강조한다.

또 기존 용광로 제철설비보다 작업 공정을 2단계 줄여 경제성을 35% 높인 반면 환경오염물질은 획기적으로 줄인 ‘파이넥스’ 공법을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경쟁업체에 비해 설비 확충이나 M&A 결정 과정에서 순발력이 떨어지고, 철광석이나 유연탄 등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는 광산이 적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포스코가 경쟁업체에 비해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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