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뉴사브 9-3 컨버터블로 동해안 드라이브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SAAB 9-3(‘사브 나인스리’로 읽음) 컨버터블(지붕을 벗길 수 있는 차량)을 보는 순간.

국도 7호선이 떠올랐다.

지붕을 벗긴 채 따사로운 봄볕 아래로 싱그러운 바닷바람을 호흡하며 갈매기 노니는 호젓한 해안도로를 달리는 상상은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다음 날 새벽. 남북 두 한강이 어울려 큰 물 이룬 한강의 양수대교를 건너 설악산 미시령을 향해 달렸다.

속초항 갈매기의 흰 날개 위에 앉은 봄을 그리며. 》

국도 7호선, 바다가 좋다 바람이 좋다

설악은 역시 설악이었다. 춘설이라고는 해도 겨울눈 못잖게 온 산이 하얗게 덮였다. 어제 봄눈이 공중의 먼지를 쓸어내린 덕일까. 하늘은 더할 수 없이 맑고 청명했다. 울산바위도 그림엽서처럼 또렷한 모습으로 성큼 다가왔고.

속초항의 아침 햇볕이 따사로웠다. 대간 양편으로 갈린 영동과 영서의 날씨. 어떤 때는 다른 나라처럼 판이하다. 그날이 그랬다. 오전 5시 서울은 영하 3도였건만 이곳 아침은 영상7도다. 바람도 없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사브 9-3 컨버터블의 지붕을 벗겼다. 단 20초. 사브 9-3는 멋진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칙칙한 캔버스 톱은 흔적도 없다.

컨버터블을 아직 타보지 못한 분이 알아두면 좋은 사실 한 가지. 오픈 상태로 달리면 바람을 맞아 머리칼이 날릴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바람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 정도가 아니다. 에어컨과 히터를 켜도 냉기와 온기가 보존된다. 특히 ‘항공기술을 지상으로 끌어내린 자동차 메이커’라는 사브는 그런 면에서 특출하다.

양양의 국도 7호선은 4차로이다. 애초 7호선은 최북단인 화진포 통일전망대부터 부산까지 2차로였다. 그러나 1990년 대중반 시작된 직선화 공사로 옛길은 많이 줄었다. 그만큼 운치도 덜하다. 그래도 7호선의 매력은 여전하다. 마을마다 경관 좋은 해안도로가 갖춰진 덕분이다. 어느 마을로 빠져도 수려한 해안도로를 달릴 수 있으니까.

아침식사 차 찾은 곳은 양양의 동호리(손양면). 해변의 송림에 섭국 잘하기로 이름난 식당(오산횟집)이 있다. 자연산 홍합을 양양에서는 ‘섭’이라고 부른다. 이 섭을 잘게 썰어 부추 미나리 양파를 넣고 고춧가루 풀어 걸쭉하게 끓여 큰 사발에 담아 낸 것이 섭국이다. 시원한 국물 맛은 누구든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한다. 섭국 한 그릇을 냉큼 비운 뒤 텅 빈 해변가로 차를 몰았다. 게서 파란 동해를 만났다.

마을길로 북쪽 1km쯤 가니 ‘수산항’이다. 무작정 찾은 이곳. 방파제와 항구접안시설 공사로 산뜻하게 모습을 바꾼 어촌인데 깔끔한 첫인상에 마음이 끌렸다. 옛날에는 물이 귀해 ‘수무(水無)’라 불렸다는 사연이 항구 앞 안내판에 상세히 쓰여 있다. 요트정박장도 있고 섭국과 생선회를 파는 식당도 보였다.

수산항 북쪽에는 쏠비치 리조트가 있다. 대명리조트가 지난해 개장한 지중해스타일 리조트인데 동해안에서는 보기 드물게 바닷가에 있다. 해변의 워터파크(아쿠아월드)를 끼고 언덕 위에 라오텔(호텔)과 콘도가 있다. 봄볕 아래 수영복 차림으로 야외 자쿠지에서 휴식하거나 온수풀에서 수구를 즐기는 사람들 모습이 멋졌다. 파크 밖 해변에는 산책하는 커플도 보이고. 세상이 바뀌듯 국도 7호선 바닷가의 풍경 또한 변하고 있었다.

이곳은 양양국제공항 근방. 동호리의 공항활주로 담장 밑에는 마을길이 있다. 그 길로 달리면 멀리 해변이 내려다보인다. 국도 7호선에 올라 계속한 남행길. 강릉 경포에서 해변 송림의 샛길로 접어든 후 바닷가로 달려 안목항에 닿았다. 길은 정동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기서는 국도 7호선의 정취를 느끼지 못한다. 번화한 주변 때문이다.

이날 국도 7호선을 달리는 내내 사브 9-3 컨버터블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완벽했다.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멋진 차였다. 터보차저의 작동도 매끄러웠다. 터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 그 진가는 삼척에서 드러났다. 맹방∼궁촌 기간국도(중앙분리대 설치 국도) 구간이 끝나고 용화 장호항을 경유, 신남과 임원항으로 이어지는 2차로 옛길에서다. 구절양장 고갯길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코너링과 안정된 주행능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날 종착점은 울진군 죽변항이었다. 울진대게 맛도 볼 겸 온천욕으로 피로도 풀 겸해서. 산중턱의 덕구온천은 온천수가 지표면에서 용출되는 특별한 온천. 수온(42도)도 높다. 스파의 로텐부로(야외온천탕)도 멋지다. 한겨울에는 눈 속에서, 요즘은 봄볕 속에서 산중 공기를 들이켜는 호사도 누린다.

28∼30일 울진 후포항에서 울진국제대게축제도 열린다. 봄기운도 느낄 겸 국도 7호선을 달려 후포까지 쭈욱 달려봄은 어떠하신지.

강원·속초·양양·삼척=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2008 뉴 SAAB 9-30 컨버터블>

엔진: I4 DOHC 2.0T 구동방식: 앞바퀴 굴림 배기량: 1998cc

최고출력: 210마력(5300rpm) 최대토크: 30.5kg·m(2500rpm)

정지가속: 9.5초(시속 0→100km) 변속기: 자동 5단

표준연료소비효율: L당 10.2km 가격: 5290만 원

홈페이지: www.gmautoworld.co.kr

:여행정보:

◇드라이브 코스

서울∼국도 6호선∼양수대교∼양평∼홍천∼인제∼미시령∼설악동∼양양∼국도 7호선∼오산∼동호∼하조대∼강릉∼경포∼안목항∼동해고속도로∼옥계∼국도 7호선∼망상∼어달∼묵호∼동해∼추암∼삼척(새천년해안도로)∼정라회센터∼맹방∼궁촌∼용화∼장호∼신남∼호산∼월천∼죽변(이하 울진군)∼망양정∼월송정∼울진대게 유래비∼후포항.

◇맛 집

▽섭국=오산횟집 033-672-4168

▽울진대게(죽변항) △택배 주문=후계자 울진대게센타(박강호) 054-783-8918 △식당=①울산회식당(남수영) 054-783-7219 ②충청도횟집(류호형)=054-783-6651

◇덕구온천 스파월드=호텔과 온천탕.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 575. 054-782-0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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