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獨 신중한 행보가 유럽 IT 발전 걸림돌”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佛슈퍼컴 제안 시큰둥… 양국 협력해야”

독일의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가 유럽 내 정보기술(IT) 분야의 활발한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4일 독일에서 개막한 대규모 IT 전시회 ‘세빗(CeBIT)’에 참석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에 “슈퍼컴퓨터를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유럽 내의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을 조심스러워 하는 이 같은 독일의 태도가 IT 시장에서 아시아나 미국과 경쟁해야 하는 유럽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올해 IT 분야 제품과 서비스 분야 협력사업에 3900억 달러(약 370조50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유럽은 좋은 성공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2005년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구글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며 유럽형 검색엔진 ‘콰에로(Quaero·라틴어로 찾는다는 뜻)’ 공동 개발에 나섰지만 사업 계획과 전망 등에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지난해 개발을 중단했다.

이 신문은 독일과 프랑스가 IT 사업을 함께하면서 ‘다른 길’로 가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대표적인 사례로 두 나라가 2006년 공동 추진한 국민건강카드 사업을 소개했다. 이 사업은 카드에 환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컴퓨터 칩을 넣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프랑스는 중앙집권화된 정부 구조를 활용해 일괄적으로 카드를 만든 뒤 국민에게 배포해 2006년에 시행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강한 독일은 250여 개 지방정부가 제각각 카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어 내년 말까지도 사업 완료가 힘든 상황이다.

이 신문은 “프랑스는 IT 분야 사업을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고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차후에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독일은 처음부터 모든 오류를 제거하고 사업을 시행하려 하는 바람에 통일된 행보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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