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100년 기업’을 가다]<18>모리나가 제과

  • 입력 2008년 3월 7일 02시 46분


《모리나가(森永)제과의 신입사원이라면 첫 출근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파이오니어의 발걸음’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다. 입사가 결정되면 며칠 뒤 우편으로 배달된다. 책에는 창업자인 모리나가 다이치로(森永太一郞)와 2대 사장 마쓰자키 한자부로(松崎半三郞)의 수기가 실려 있다. 각기 1929년과 1950년에 구술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1958년 초판을 낸 뒤 1992년에 ‘현대어판’이 나왔다. 수기에는 일본에서 최초로 서양과자를 구워내고 판로를 개척한 창업자의 선구자 정신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무일푼인 23세 청년 모리나가가 성공을 꿈꾸며 도미(渡美)한 때는 1888년.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일본에 서양문물이 밀려들던 시기였다.

그러나 꿈은 금세 좌절로 바뀌었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그는 귀국할 여비조차 없자 “일본에 없는 것을 배워 가겠다”며 과자 제조에 주목했다. 11년간 정원사, 접시닦이를 거쳐 빵집 케이크점 사탕공장을 전전하며 “잽(일본인을 멸시해 부르는 말)에게 노하우를 가르쳐 줄 수는 없다”는 구박 속에 서양식 과자 만드는 법을 익혔다.

그는 수기에서 “장사도 중요하지만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것을 맛보게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1899년 귀국한 뒤 그는 도쿄 아카사카(赤坂)에 두 평짜리 가게를 얻어 ‘모리나가 서양과자 제조소’라는 간판을 달았다. 서양과자를 아는 이가 없었고 재료도 모두 수입해야 하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창업 두 달 만에 첫 주문을 받을 정도로 고독한 작업이었지만, 미국 생활에서 얻은 신앙에 기대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1905년 마쓰자키를 영입하면서 판매루트와 유통경로, 제품관리 등을 정비하고 주식회사의 모습을 갖추어나갔다. 마쓰자키는 모리나가와 2인3각을 이뤄 회사를 현대형 기업으로 만들었다.

1914년 ‘미루쿠(ミルク)’란 별명으로 유명한 종이갑 포장 밀크캐러멜을 개발했다. 노란색 포장지가 지금도 그대로인 이 캐러멜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하다. 그러나 개발 당시에는 ‘느끼한 맛이 싫다’는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캐러멜 한 알 가격이 찹쌀떡 한 개와 맞먹는 것도 문제였다.

정작 이 캐러멜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50년대였다. 1952년의 신문광고에는 연간 캐러멜 생산량이 1년에 지구 3바퀴 반을 돈다고 소개될 정도였다.

모리나가의 개척자 정신은 연혁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최초’란 수식어가 수없이 많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코코아에서 직접 제조한 초콜릿(1918년) 코코아(1919년) 분유(1921년) 페니실린(1944년) 인스턴트커피(1960년)를 개발했고, 1919년에는 일본 처음으로 8시간 노동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초콜릿 판촉수단으로 1960년 밸런타인데이를 처음 활용한 것도 모리나가제과였다.

○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도쿄 미나토(港) 구에 자리한 모리나가 본사 건물은 연매출 1400억 엔이 넘는 회사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좁고 노후했다. 꼭대기 층에 마련된 전시실도 비좁고 남루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공장 5개가 최첨단시설을 갖춘 것과는 사뭇 비교된다.

일본의 과자시장은 연간 2조3000억 엔 규모. 이 중 생과자류가 1조 엔대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사탕 캐러멜 등 대량 생산되는 ‘유통 과자’다. 이 중 모리나가 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0%가량이다.

모리나가가 생산하는 과자는 100년째 만들어져온 초콜릿과 쿠키, 90년째 같은 이름으로 생산되는 캐러멜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모리나가는 이런 전통 브랜드와 더불어 매년 300여 개의 신제품도 선을 보인다. 이 중 단 1, 2개가 히트상품으로 남는다.

아라이 도루(新井徹) 본사 홍보부장은 이처럼 쉴 새 없이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이유에 대해 “세상에 없는 것을 제공해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창업자의 개척자 정신이 모리나가 사람들의 DNA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변하지 않는 맛’을 표방하려면 조금씩 변해야 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사실 90년 넘게 한결같이 생산돼온 밀크캐러멜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성분을 조정하며 맛이 달라졌다고 아라이 홍보부장은 귀띔했다.

모리나가 기업 개요
창업연도1899년 8월 15일(모리나가 서양과자 제조소)
창업자모리나가 다이치로(森永太一郞)
주식회사 설립1910년 2월 23일
본사 소재지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시바(芝) 5-33-1
대표자야다 마사유키(矢田雅之) 대표이사 사장
자본금186억1200만 엔
종업원1846명(2007년 현재)
사업내용과자(캐러멜, 비스킷, 초콜릿류), 식품(코코아, 케이크 믹스 등), 빙과(아이스크림 등), 건강식품(젤리음료 등)의 제조 및 판매
연매출1467억1500만 엔(2007년 3월 31일 현재)
기업이념맛있게 즐겁게 건강하게
인터넷 주소www.morinaga.co.jp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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