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 ‘FTA 협상재개 논의’ 합의…다급해진 日 속내는?

  • 입력 2008년 2월 29일 02시 56분


2004년 7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경제 4단체가 개최한 ‘한일 FTA 대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4년 7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경제 4단체가 개최한 ‘한일 FTA 대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FTA 후진국’ 위기감… 시장확대 노려

한국과 일본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4년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농수산물시장 개방’이 협상 재개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양측은 2003년 12월부터 6차례 FTA 협상을 벌였지만 일본 측이 농수산물시장 개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2004년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일본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협상 재개 의지를 보인 상태다. 하지만 한국 측은 “농수산물시장 개방 없이는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초조한 일본=일본은 농업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FTA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거대 시장과는 FTA 협상을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경제권, 그리고 칠레 멕시코 등 8개 개별 국가와 경제연대협정(EPA)을 맺은 상태다.

한국이 미국과 FTA 체결에 전격 합의하고 EU와도 교섭에 나서자 일본은 ‘FTA 후진국’이라는 위기감이 커졌다. 일본의 처지에서 볼 때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이고 △쌍방이 서로 제3위의 교역상대국이며 △협상 경험까지 있는 한국은 구미가 당기는 협상 상대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걸림돌은 일본의 농업=한일 FTA 체결이 장기적으로 양국에 모두 ‘보약’이 된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한일 연구기관의 분석이 일치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대일무역 적자 규모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양국의 관세율은 한국은 12.1%, 일본은 5.6%로 일본의 관세장벽이 더 낮은 수준이어서 FTA 체결이 되면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FTA가 체결되면 대일 무역적자가 단기적으로 6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IDE)의 추산은 38억 달러다.

사실 일본 시장은 “개인 개인이 모두 비관세 무역장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폐쇄적인 시장이다. FTA 체결이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도 거의 없다. FTA를 체결하면 일본은 ‘현찰’을, 한국은 ‘어음’을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 측은 대일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농수산물시장과 함께 비관세 장벽 개선, 산업기술 협력, 정부 조달 등의 분야에서도 일본이 과감하게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대일무역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타협점은 없나=김한수 통상교섭본부 FTA 추진단장은 28일 “농수산물시장 개방은 원칙의 문제이며 다른 대가를 받고 교환할 성격이 아니다”라며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일본 측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한국 측의 농수산물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일본 측이 “무역량 기준 50%만 개방하겠다”는 낮은 수준의 개방안을 제시해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일본 측이 농수산물시장 외의 ‘깜짝 카드’를 협상용으로 꺼낼 가능성도 있다. 오쿠다 사토루(奧田聰) IDE 동아시아연구그룹장은 “일본 정부도 한국 측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 철폐 유예 등 양보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
단기적 효과장기적 효과
KIEPIDEKIEPIDE
국내총생산(%)―0.070.062.888.67
대일 무역수지(억 달러)―60.90―38.85―4.40―24.60
대세계 무역수지(억 달러)―15.43―2.730.14408.00
자료: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일본무역진흥기구 아시아경제연구소(IDE)

“2012년 ‘FTA무역’ 비중 50%이상으로” 김한수 FTA추진단장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단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전체 무역에서 FTA가 적용되는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9% 수준에서 2012년 50∼5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FTA가 적용되는 무역의 비중은 20%대로 높아진다. 여기에 현재 협상 중인 한-유럽연합(EU) FTA 등이 타결되고, 중국 일본 등과의 FTA 협상을 재개해 마무리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

한중 FTA 협상이 4, 5월경 개시될 수 있다는 일부의 전망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중 FTA를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 마지막 회의가 5, 6월로 예정돼 있고, 공청회 등 국내 여론 수렴 절차와 중국 측 사정을 감안한 양측 정부의 실무협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일 FTA에 대해서는 “일본 측에서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제안을 해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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