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수사 한달째…1조규모 차명계좌 규명 ‘일단 성과’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9일 삼성화재 실무직원 1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비자금 조성 및 차명 계좌 관리 의혹을 조사했다. 전날에는 서울 강남구 수서동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경기 과천시 삼성SDS e데이터센터를 압수수색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설 연휴라 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전산시스템을 가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계좌를 추가로 추적하기 위해 조만간 두 곳의 전산센터를 다시 압수수색할 예정이다.》

▽특검 수사 한 달, 차명 계좌 자금 규모 1조 원 확인=10일로 출범 한 달째를 맞는 특검팀은 비자금 의혹에 초점을 맞춰 집중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차명 계좌로 운용 중인 자금 규모가 1조 원이 넘고 차명 계좌 종자돈 대부분이 현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18일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을 불러 첫 참고인 조사를 한 데 이어 지금까지 소환한 삼성 계열사 전현직 임원만 30명이 넘는다.

특검팀은 이들 중 일부에게서 차명 계좌 개설 사실과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은 특검이 차명 계좌로 결론 내린 계좌들에 대해 “내 계좌”라고 버텼지만 계좌 개설 및 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을 해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자 중 일부 인사는 “차명 계좌 개설에는 동의했지만 여러 개의 차명 계좌가 개설된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 같은 진술을 삼성 측이 임원들의 명의를 도용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삼성화재 본사와 전산센터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삼성화재가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등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당시 삼성화재 측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증명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삼성화재 김승언 전무와 김모 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이 피의자 조사를 벌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증거 인멸 혐의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가 삼성화재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비자금 미술품’ 의혹 수사=특검팀은 지난달 21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미술품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고가 해외 미술품 수천 점이 보관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 때 공개한 30점의 ‘비자금 미술품’이 문제의 창고에 보관돼 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어차피 수사의 큰 흐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미술품 창고에 보관 중인 고가 미술품 구입에 삼성 측이 조성한 비자금이 사용됐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확인이 되지 않은 셈이다.

삼성가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것으로 알려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행복한 눈물’(로이 리히텐슈타인 작)을 1일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작품의 실소유주와 구입 자금의 출처, 삼성 측이 비자금으로 샀다는 의혹이 제기된 다른 미술품의 소유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수사=설 연휴가 끝나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배임 사건으로 대표되는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버랜드 사건은 이미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피고인 모두 항소심에서까지 유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e삼성 사건’과 관련해서는 e삼성 대표이사를 지낸 신응환 삼성카드 전무가 소환 조사를 받았다.

e삼성 사건은 2001년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대주주인 e삼성이 200억 원대 적자를 내자 삼성 계열사들이 이 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법으로 손실을 떠안아 회사와 주주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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