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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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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환경전문 조사기관인 국제환경산업(EBI)은 세계 환경산업 시장 규모가 2010년 8850억 달러(약 831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세계적인 기업들이 환경산업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환경은 대체로 사회문제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고, 환경산업도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시장에서 ‘우물 안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 환경 기술과 제품으로 해외 환경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사례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취재를 통해 발굴했다. 국내 환경산업의 현주소와 생존전략을 2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 디엠퓨어텍, 1억 명에 맑은 물 공급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담수호인 타이후(太湖) 호.
지난해 12월 11일 장쑤(江蘇) 성 상하이(上海) 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이동하자 전체 면적 2425km²에 이르는 타이후 호의 거대한 모습이 드러났다.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창저우(常州) 등 이 호수를 음용수로 이용하는 도시 인구만 3400여만 명. 주변 소규모 농촌 지역 인구까지 합치면 1억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타이후 호의 정수장 정화에서부터 베이징(北京)의 대기환경 개선 사업에 이르기까지 중국 환경산업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활약은 괄목할 만하다.
장쑤 성 우시 시(市)의 농촌마을에 자리 잡은 타이후 호의 한 정수장.
한국의 환경 전문기업인 ‘디엠퓨어텍’이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 산하 저장(浙江) 성 난징(南京) 환경과학연구원 의뢰로 설치한 오염물질 정화 장치가 타이후 호의 혼탁한 물을 쉼 없이 정화하고 있었다.
디엠퓨어텍이 대당 5000만 원대의 이 설비를 설치하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호수 전역에 심한 녹조와 부영양화가 발생해 주변 지역 주민들이 식수 대란(大亂)을 겪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난징 환경과학연구원이 급히 한국에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의 환경부 산하 환경기술진흥원은 기술지원업체로 디엠퓨어텍을 선정했고, 지난해 7월에 설치한 디엠퓨어텍의 정화 설비는 9월 중국 당국의 수질 테스트에서 생수 기준보다 높은 오염수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정수장에서 만난 천더취안(陳德全) 난징 환경과학연구원 부원장은 “중앙정부에서 타이후 호 오염수 처리설비 연구과제 수행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3억 명에 이르는 농촌 인구 음용수 문제가 심각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 설비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바이오시스템㈜ 생물경보장치 ‘호평’
우시에서 다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려간 곳은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가죽 제품 집산지인 저장 성 하이닝(海寧) 시. 인구 65만 명의 ‘소도시’지만 가죽 제품 생산이 많은 만큼 오염 물질 배출도 심한 곳이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대규모 정수장에 한국 환경 기술업체인 한국바이오시스템㈜의 독극물 감지 경보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이 정수장은 하루 30만 t의 물을 정수해 하이닝 시 40만여 명에게 공급하고 있다.
취수장에서 유입된 물은 이 경보장치를 거쳐 정화시설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물이 감지되면 경보가 발생하고 물 유입이 차단된다.
한국바이오시스템의 독극물 감지경보 장치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중국 내에선 3번째로 설치된 생물경보장치로 대당 가격이 5만 달러 수준이다.
특히 미생물연료전지를 이용한 시스템 등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멍젠량(孟建良) 하이닝 시 환경보호국장은 “저장 성에만 300여 개에 이르는 다른 정수장에도 이 시스템을 보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SK에너지, 베이징 배기가스 정화 나서
SK에너지는 한중 국제공동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베이징 시 우정국 차량에 배기가스 정화처리 장치를 장착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테스트 결과 중국 내 배출량 저감 기준을 웃도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하이, 선전(深(수,천)), 광저우(廣州) 등 다른 도시의 대기환경 개선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2008년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에선 5월 이후 우정국 차량 외에도 청소 차량과 관공서 차량 등에 직접 이 매연저감 장치 보급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베이징 시 우정국 차량기지에서 만난 SK에너지 CRD연구소 김용우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아직 환경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단계”라며 “앞으로 관련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기술력으로 시장 선점
중국 환경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의 3개 기업은 모두 한중 양국의 환경산업 분야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시장 선점 기회를 얻은 케이스다.
두 나라는 2003년 12월 환경장관 회의에서 환경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이후 다양한 공동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화 기술 연구와 현지 사업화를 한국 환경기술진흥원이 주관하고 중국 측 연구기관이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형태다.
한국환경기술진흥원 권성안 수출지원팀장은 “국내 환경산업 업체들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정보가 부족해 해외 진출이 미미하다”며 “공동 연구 프로젝트 등에 적극 참여해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시·하이닝·베이징=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투자 규모 1조3750억 위안으로 늘려▼
■ 中 환경시장 현황
“꿈틀거리는 중국의 거대한 환경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환경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중국 환경시장을 ‘블루오션’으로 꼽았다.
급속하게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기·수질오염 등 환경문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제17차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도 성장우선주의에 따른 부작용 치유를 강조하면서 환경보호 정책 강화를 표방한 바 있다.
환경기술진흥원 김재기 산업진흥본부장은 “중국은 아직 자체적으로 환경산업에 대한 정책과 기술지원 능력이 취약한 편”이라며 “자체 환경 관련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독자기술도 적은 만큼 우리 환경 관련 기업엔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환경오염을 감안한 ‘그린(Green) 국내총생산(GDP)’을 자체 산정한 결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04년 기준으로 5118억 위안(약 62조 원)에 이르렀다.
이 중 수질 오염으로 인한 환경비용이 55.9%(2863억 위안),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 비용이 42.9%(2198억 위안), 고체폐기물과 오염 사고로 인한 경제 손실이 1.2%(57억 위안) 등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6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81년 166억 위안에 그쳤던 환경 관련 투자 규모를 2006년 시작된 11차 5개년 계획에서는 1조3750억 위안(약 178조 원)으로 크게 늘려 잡았다.
2006년 시작된 제11차 5개년 계획의 ‘6대 중점’ 과제 중 첫 번째 항목인 경제성장 패턴의 전환 내용에는 ‘자원절약형, 친환경 사회 건설’이 포함돼 있어 이에 대한 기술 수요와 환경 시스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기술진흥원 권성안 수출지원팀장은 “올해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을 앞두고 중국이 환경 관련 선진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낮은 기술 분야부터 고급 기술 분야까지 폭넓은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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