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같은 차명 의심 계좌 삼성증권에서 2000여개 확보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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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본 “명의자 130명 계좌 추적… 차명 투자, 우량 계열사 집중”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울산지검장)가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된 ‘차명 의심 증권계좌’ 2000여 개를 확보했고 이 가운데 수십 개씩에 ‘0000’ 등 똑같은 비밀번호가 부여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비밀번호가 똑같은 이유=김수남 특본 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차명 의심 계좌 명의자) 130여 명에 대해 계좌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000여 개의 차명 의심 계좌 가운데 이들 130여 명 명의로 개설된 900여 개의 계좌가 차명 계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본은 이 계좌들의 ‘개설 신청서’를 확보해 신청서의 서명이 계좌 주인의 서명과 같은지, 계좌 주인이 비밀번호를 직접 부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계좌는 삼성증권 압구정점, 반포점 등 전국 지점에 분산 개설돼 있다. 특본은 삼성증권 이외 금융기관에서도 차명 계좌가 개설됐는지 조사 중이다.

김 차장이 이날 “더 살펴봐야 할 계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특본은 또 삼성증권 특정 인사들이 차명 계좌를 일괄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량 계열사 주식 투자=특본은 또 삼성 임직원 명의로 이뤄진 차명 주식 투자가 삼성전자 등 우량 계열사에 집중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이 차명 주식 투자를 통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투자하면 자금을 쉽게 불릴 수 있는 데다 계열사들에 대한 그룹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인 결과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4개 계좌 개설 당시 금융실명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 이를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홍영만 홍보관리관은 “계좌를 개설할 때 김 변호사가 지점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본인이 직접 금융회사를 방문하지 않았는데도 위임장이 없어 금융실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홍 관리관은 “김 변호사가 (삼성 측과) 합의해 차명으로 개설한 것인지, 명의를 도용당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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