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엇박자… 서민들 ‘돈줄’ 꽁꽁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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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대출 한도 규제에 저소득층 지원 대출 예산마저 줄여

저소득층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되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이와 관련한 예산이 더욱 줄어들 예정이어서 저소득층의 ‘내 집 장만’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건설교통부는 최근 연소득 2000만 원 이하 저소득 계층에 연리 5.2%(고정금리)로 빌려 주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대출 심사를 강화하도록 시중 은행에 지시했다.

올해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배정된 예산은 2조400억 원이지만 현재 잔액이 1000억 원가량에 불과해 부적격 신청자 조사를 하는 등 실질적인 대출 제한에 들어간 것이다.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보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대거 쏟아내면서 저소득층의 돈줄까지 죄는 결과를 초래해 자금 수요가 정책 기금에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11·15 부동산대책’(11월 15일 발표)에서 6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제한하자 각 시중은행이 이를 전국의 모든 주택으로 확대 적용했고, 이에 따라 저소득층이 담보대출을 받기가 매우 까다로워졌다.

연소득 2000만 원인 근로자의 담보대출 한도가 8500만 원에 불과한 데다 금리마저 높아 대출을 끼고 집을 사기가 어려워진 것.

이에 따라 저소득층은 자격 요건만 갖추면 1억 원까지 무조건 빌려 주는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대거 몰리게 됐지만 정부는 올해 예산을 작년보다 41% 줄인 2조400억 원(20% 증액 포함)으로 책정해 대출 중단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내년에 배정한 예산은 1조6000억 원에 불과해 법정 한도인 20% 증액을 감안하더라도 올해보다 적어 대출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내년 주택 구입 자금은 줄였지만 전세자금 대출은 늘렸다”며 “저소득층의 주거 패턴을 감안해 전세자금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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