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장 “中企 살리려면 돈지원으론 안돼…”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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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장 인터뷰

“中企 살리려면 돈지원으론 안돼 정부, 공정한 시장 만들기 나서라”

《“세상에 평생 안정된 직장은 없어요. 지금 전망 좋다고 그 과에 가는 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에요. 제가 의대 다닐 때 제일 인기 없던 과들이 지금 보면 굉장히 좋은 과가 됐어요. 그걸 봐도 알 수 있잖아요(웃음).”

안철수(45·사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대학 입시철인 요즘 학과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남겼다.》

예비 대학생들 지금 인기학과 가는 건 어리석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선택해야 미래 보여

미국 유학 중인 안 의장은 지난달 28∼30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 바이러스 전문가 콘퍼런스 ‘AVAR 2007’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서울프라자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인지, 하고 싶은 일인지, 그것이 의미와 보람이 있는지를 생각해서 미래를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는 “이공계 학문은 가치 창출의 첫 번째 사슬과도 같은데, 이를 기피하는 것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지금 좀 안 좋은 분야더라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은 결국 그 분야의 선두가 되어서 그 분야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다음 정부의 산업정책과 관련해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것은 공정한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 의장은 “정부는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중소기업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오해”라며 “지원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구조를 만들어 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파트너 관계가 아니라 하청관계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에 이윤이 돌아오지 못하다 보니 연구개발(R&D) 투자도 못 하게 되고, 역량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까 대기업들은 글로벌 아웃소싱 비율을 높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국가적으로 수출은 사상 최대인데, 그 이익은 모두 일본 등 선진국으로 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거래 관행이 우리나라 허리(중소기업)를 무너뜨려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고도 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원하는 건 직접(돈) 지원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이라며 “투명하고 정상적인 시장구조만 만들어지면 나머지는 기업 경쟁의 선순환 구조 안에서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조차도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부속물이다’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하드웨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진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최고경영자과정(Executive MBA)을 공부하고 있는 안 의장은 내년 5월 ‘최고학습책임자(CLO·Chief Learning Officer)’라는 역할로 국내에 돌아온다. 이는 그가 스스로 부여한 역할이다.

“제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노하우를 중소기업 리더들에게 전해드릴 생각이에요. 이제 한 회사가 아닌 중소벤처산업 전체를 위해 일하고 싶어요.”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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