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혹시” 심상찮은 강북 집값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20분


올해 매매가 상승률 상위 10위 중 9곳이 강북

뉴타운 등 호재… 같은 면적 강남보다 비싼 곳도

서울 여의도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 나모(36) 씨는 최근 마포구 공덕동으로 이사하기 위해 중개업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삼성래미안4차 105m²(32평형) 시세가 7억2000만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나 씨의 친정이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훼밀리아파트 112m²가 7억60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북 간 격차가 확연히 줄어든 셈이다.

그는 “강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해야 할지, 강북이 너무 올랐다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서울 강북권 아파트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과대 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재개발 지분은 사실상 강남 땅값을 추월한 곳도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거품인가, 정상적 반등인가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에서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10곳 중 9곳은 강북에 있다. 이 가운데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대형 호재가 있는 용산구를 빼면 은평구 증산동과 도봉구 방학동, 노원구 중계동 등 이른바 ‘소외 지역’ 아파트가 4곳을 차지하고 있다.

강북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시세가 강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오른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95m²(29평형)를 기준으로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은 3억3000만 원, 송파구 문정동 현대는 3억1500만 원이다. 142m²(43평형)에서도 성북구 길음동 대림e편한세상이 6억6000만 원, 송파구 거여동 우방1차는 6억4750만 원이다.

강남·북 가격차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강북에는 뉴타운 등 개발 재료가 쏟아져 나온 반면 강남 아파트 값이 각종 규제로 묶여 있기 때문.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강북의 개발 재료를 인정한다고 해도 공덕동과 잠원동의 시세가 비슷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거품이 끼여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매매가가 높은 강북권 아파트는 대부분 지은 지 몇 년 안 된 새 아파트이고 업무 중심지가 가까운 곳”이라며 “거품이라고 보기는 다소 무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도 “지금과 같은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 강북 아파트 값을 밀어올린 매수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매매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 강북 땅값, 강남보다 높은 곳도

강북권 부동산 시장의 강세는 재개발구역 내 지분(땅) 가격에서도 잘 드러난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 재개발 구역의 경우 대지 면적 23m²(6.95평)짜리가 4억7000만 원가량에 호가(呼價)가 형성돼 있다.

이를 3.3m²(1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무려 6762만 원. 재개발 지분의 가치는 향후 들어설 건물의 밀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210%로 나누면 실제 땅값은 3220만 원이다.

이를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 내 지분 가격과 비교하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주공1단지 72m²(22평형)의 시세는 9억5000만 원, 이 아파트의 대지 지분은 57.7m²(17.5평)다. 매매가를 땅값으로 계산하면 지분 3.3m²당 5428만 원이고 이를 다시 용적률(275%)로 나누면 1973만 원이다.

용적률을 감안한 단위 면적당 가격에서 성수동이 반포동보다 60% 이상 높은 것이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재개발 지분 투자는 대출 규제에서 제외돼 작년 이후 소액 투자자가 강북으로 대거 몰려들었다”며 “개발 재료가 있다고는 하지만 땅값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서울지역 올해 매매가 상승률 상위 10위권 아파트
위치아파트면적(m²)1월 1일 매매가(원)11월 17일 매매가(원)상승률(%)
은평구 증산동삼신 491억500만 2억6500만152.38
용산구 한강로우림필유1054억 8억2500만106.25
양천구 목동목동트윈빌2678억5000만15억2500만 79.41
용산구 이촌동시범 693억3500만 5억9000만 76.12
도봉구 방학동벽산 851억3500만 2억3500만 74.07
은평구 증산동덕원 791억4400만 2억5000만 73.61
용산구 이촌동동아그린 823억2500만 5억6000만 72.31
용산구 이촌동동부 694억2500만 7억2500만 70.59
노원구 중계동경남1323억6250만 6억1750만 70.34
용산구 이촌동대림 853억5500만 6억 69.01

서울 강남과 강북의 매매가 비슷한 아파트
면적(m²)위치아파트매매가(원)
95송파구 문정동현대3억1500만
노원구 월계동한진한화그랑빌3억3000만
105강남구 도곡동경남7억3500만
마포구 공덕동삼성래미안4차7억2000만
142송파구 거여동우방1차6억4750만
성북구 길음동대림e편한세상6억6000만
142양천구 신정동목동2차우성7억5000만
성북구 돈암동브라운스톤돈암7억
자료: 스피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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