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시승기/BMW 530i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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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이제 소니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과 경쟁을 벌일 셈인가.

2008년형 ‘530i’는 기존의 자동차가 주는 기계적인 느낌이 상당부분 탈색돼 실제 운전이 아니라 오락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 안으로 들어가 보자. 문은 살짝만 닫아도 자동으로 당겨져서 잠긴다. 시동은 키를 꽂은 뒤 앞에 있는 ‘START’ 버튼을 누르면 끝.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i-드라이브’라는 다이얼은 기능이 많은 비디오플레이어 리모컨을 작동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여기까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동차에 적용된 기능들이어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문제는 운전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자동변속기 기어봉은 오락기의 조이스틱처럼 생겼다. 사이버틱한 모양의 이 기어봉은 손목과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만으로도 전진, 후진, 주차 기능으로 전환된다.

주행에 들어가면 운전대의 감각이 일반 차종과 완전히 딴판이어서 처음에는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렬 주차선에서 차를 빼내려고 운전대를 반 바퀴만 돌려도 차체는 휙하고 돌아간다.

다른 차라면 운전대를 두 바퀴는 돌려야 되지만 ‘액티브 스티어링’ 기능 덕분에 조금만 돌려도 차는 원하는 곳으로 재빨리 움직인다. 구불구불한 커브길에서도 이리저리 손을 바꿔 잡으며 운전대를 바쁘게 돌릴 필요가 없다. 자동차 오락을 하듯 좌우로 90도 정도만 돌리면 거의 모든 길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속도계와 내비게이션 안내화면은 계기반을 볼 필요 없이 전면 유리창에 표시되고, 차선이탈 경보장치 스위치를 누르면 차가 차선을 이탈하려할 때 운전대가 안마기처럼 진동한다. 정교한 운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로지텍사(社)에서 만든 게임용 스티어링휠을 붙여 조작하는 기분이다.

272마력을 분출하는 직렬 6기통 2996cc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과 변속손실을 줄인 최신형 6단 자동변속기의 찰떡궁합으로 가속되는 느낌도 마치 전기모터가 달린 차를 타는 듯 부드러웠다.

과거 우직한 느낌을 줬던 독일산 자동차의 깊은 맛은 편하고 재미있는 것만을 찾는 시대적 요구에 자리를 내준 듯했다.

실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가속시간은 7.1초, 시내 주행 연료소비효율은 L당 7km 정도였다. 시승을 마치면서 영화 ‘올드 보이’의 대사가 생각났다. ‘누구냐 넌!’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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