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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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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해약 땐 대금 입금도 되기 전에 환급해 줘야”
보험 소비자가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문제를 놓고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카드 결제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며 반대하는 반면 카드업계는 소비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들어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지금도 법적으로는 보험료를 카드로 내는 게 가능하지만 보험사 대부분은 첫 회 보험료를 제외한 중간 보험료를 자동이체 방식으로 내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보험료 카드 결제 문제는 지난달 13일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에 공문을 보내 “신용카드 가맹점인데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여신금융전문업법 위반인 만큼 시정하라”고 지시하면서 공론화됐다.
보험업계는 금융상품 특성상 카드 결제 방식을 도입하기 어렵고, 속칭 ‘카드깡’이 만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카드 결제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상품인 보험은 보험금 지급 의무 때문에 보험료 전체를 실질적인 매출로 잡을 수 없어 일반 제조업체와 동일한 기준으로 카드 결제를 하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부가가치세법상 보험업이 신용카드 결제 대상인 용역으로 분류돼 있는 만큼 카드 결제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반박한다.
보험업계는 또 보험료를 카드로 받으면 고객이 보험을 해약한 뒤 해약환급금을 현금으로 받아 가는 카드깡 행위가 늘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보험가입자가 계약 직후 청약철회를 신청하면 카드 결제만 취소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중도 해약을 신청하면 보험사로선 카드대금이 실제 입금되기 전에 해약환급금을 내줘야 한다. 카드 결제 후 해약을 빌미로 현금을 빼 쓰는 카드깡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도를 조회해서 카드깡 가능성이 있는 신용불량자 등을 가려내면 문제가 생길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누릴 혜택이 거의 없는데도 현실에 맞지 않는 법적 의무를 금감원이 강요하고 있다”며 카드 가맹점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료는 이미 소득공제 대상이어서 카드로 보험료를 낸다고 해도 추가 소득공제가 안 돼 소비자로선 실익이 없다는 게 생보사들의 주장이다.
반면 카드업계는 보험료 카드 결제 시 각종 포인트 혜택을 챙길 수 있고 현금이 빠져나가는 시기를 1개월 늦춰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이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많은 주유할인카드는 전달 사용액이 30만 원 이상일 때만 할인혜택을 주는데,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게 되면 사용액 기준을 충족해 주유 할인혜택을 받을 여지가 많아진다.
민간연구소에서 금융을 담당하는 한 연구위원은 “금감원이 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기 보다는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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