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과일 값… 잦은 비에 일조량 줄면서 맛도 떨어져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복숭아를 좋아하는 주부 노애자(50·서울 강북구 미아동) 씨는 올여름 복숭아가 싱겁기만 하다. 노 씨는 “예년 같으면 이맘때 복숭아가 한창 맛있을 땐데 요즘은 꿀맛 같은 복숭아를 찾을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달 들어 국지성 호우가 이어지고 일조량(日照量)이 줄어들면서 농작물 수확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일은 일조량이 줄어들면 당도(糖度)가 낮아져 맛이 떨어진다. 채소류는 호우 때문에 공급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과일은 가격 내려가고, 채소는 올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8월 15일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제주, 강원 강릉시 등 7개 도시에서 하루 평균 햇볕이 직접 내리쬔 일조시간은 3.5시간으로 지난 5년간 하루 평균 일조시간인 4.5시간보다 1시간 정도 줄었다.

과일은 수확 전 한 달간의 일조량이 당도를 좌우한다. 요즘처럼 햇볕이 적으면 과일의 상품성과 가격이 함께 떨어진다.

이마트에서는 백도(복숭아) 한 상자(4.5kg) 가격이 1만9800원으로 지난해보다 3000원 하락했다. 수박 역시 한 통(8kg)에 1만2800원으로 지난해보다 7000원 떨어졌다.

김경필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는 과일 생산량도 많아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소는 연이어 내리는 비로 짓무르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작황이 나빠져 산지의 공급 물량이 줄고 있다. 또 비가 올 때는 농약을 치지 못하기 때문에 병충해 발생도 골칫거리다.

이 때문에 채소류의 현지 시세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다음 주로 접어들면 가격이 본격적으로 뛸 것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마트는 배추, 상추, 시금치 등 채소의 가격이 크게 올라 9월로 들어서면 상추는 도매가격 기준으로 한 상자(4kg)에 2만 원에서 4만 원으로 두 배나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추석 물가는 태풍이 좌우

기상청은 앞으로의 강수량과 일조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그러나 8, 9월에 태풍이 한두 차례 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태풍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올 추석(9월 25일) 때는 과일 맛이 좋아지고 채소 가격도 진정 기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백화점은 상황이 특별히 더 악화되지 않으면 과일과 채소류의 가격은 지난해 추석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추석 때 기본적으로 쓰는 무, 양파, 감자, 파 등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종태 롯데마트 청과 담당 MD는 “현재 제수용품으로 쓰일 사과와 배는 물량도 풍부해서 추석 전에 큰 태풍만 오지 않는다면 날씨에 따른 가격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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