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딩값 ‘기고만장’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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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화재는 올해 초 서울 중구 남창동 사옥을 팔기 위해 국제 공모(公募)를 했다. 공모 당시만 해도 가급적 빨리 매각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외국계 펀드와 최종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매물을 거둬들일 생각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대우센터빌딩이 모건스탠리에 팔린 뒤 서울 빌딩 값이 일제히 올랐다. 우리라고 싸게 팔 수 있나”라고 말했다.

서울의 빌딩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상승세는 이달 초 모건스탠리가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센터빌딩을 9600억 원에 산 뒤 가속도를 내고 있다. 당시 이 빌딩의 예상 매매가는 8000억 원 안팎. 이 때문에 “모건스탠리가 서울 빌딩 값을 올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우센터 예상 밖 고가 매각 뒤 “부르는 게 값”

올해 초 서울 광화문 일대 빌딩 매매가는 3.3m²(1평)당 평균 1800만∼2200만 원 선. 하지만 지금은 2500만 원이 넘는 매물도 많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도 3.3m²당 2000만 원을 호가한다.

물론 빌딩 거래의 특성상 매물도 많지 않고 매수자도 한정돼 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다보니 매물이 대부분 회수돼 요즘은 거래 자체가 중단됐다. 실제로 강남구 역삼동 S빌딩은 최근 800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상 15층에 연면적 1만 3200m²(4000평) 정도인 이 빌딩의 올해 초 매매가는 680억 원가량이었다. 김상렬 우림건설 상무는 “모건스탠리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값에 대우센터빌딩을 사들이면서 서울의 빌딩 기준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고 전했다.

○주상복합만 늘어… 사무실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

빌딩 값이 오르는 직접적인 이유는 모건스탠리 등 최근 도심 빌딩을 사들이는 매수자들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부동산정보업체 R2코리아에 따르면 1995년에는 서울에서 한 해 새로 공급되는 업무용 빌딩이 196만 m²에 이르렀지만 2004년에는 36만 m², 지난해에는 31만 m²에 그쳤다.

김태호 R2코리아 시장분석팀장은 “업무용 빌딩이 들어설 자리를 주상복합아파트가 차지하다 보니 사무실 공급이 급감했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업무용 빌딩 매입 붐도 서울의 빌딩 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세계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382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빌딩의 매매가가 오르면서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역삼동 라살타워는 최근 3.3m²당 보증금 70만 원, 월 임대료 7만 원에 사무실을 내놓았다. 이 빌딩의 연초 임대 조건은 보증금 62만 원, 3.3㎡당 6만2000원이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나 마포구 상암동 등에 대형 빌딩이 들어서는 2010년 전까지는 임대료 상승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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