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잇단 지분 교환… ‘M&A방패’ 교환?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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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와 KT&G가 상대방의 자사주(自社株)를 사들이는 등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해 ‘우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3일 “자회사인 신한은행이 2일 주식시장 마감 후 KT&G로부터 KT&G 자사주 300만 주(2.3%)를 약 2019억 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KT&G는 지난달 20일 신한지주 자사주 약 350만 주(0.92%)를 1967억 원에 매입한 바 있다.

지난해 ‘기업 사냥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T&G의 한 관계자는 “양사가 우호 주주를 확보한 것으로 경영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호 지분 교환으로 ‘우군’ 확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1일 신영증권 주식 30만 주를 사들여 지분을 6.86%로 높였다. 신영증권도 지난달 29일 코리안리 자사주 150만 주(1.34%)를 사들였다.

신영증권 측은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려는 목적”이라고 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최대주주 원국희 회장 지분이 15.31%에 그치는 등 신영 측의 취약한 지분 구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부국증권과 한국단자공업도 지난달 19일 ‘주식공동보유’를 목적으로 상대방의 자사주를 각각 3.84%, 3.57% 취득한다고 밝혔다.

환인제약도 지난해 미국계 펀드인 데칸밸류어드바이저스 등이 20.83%의 지분을 취득하자, 올해 5월 자사주와 최대주주 지분을 합친 6.7%를 우리투자증권에 매각했다. 그 대신 우리증권이 최대주주 지분을 다시 팔 때는 환인제약 최대주주에게 우선 매입권을 주는 조건이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우리증권에 넘어가면서 최대주주의 우호 지분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전략적 제휴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호 지분 취득도 적지 않다.

세계적 철강회사들의 M&A 시도설이 알려지면서 경영권 방어에 부심하고 있는 포스코는 올해 4월 현대중공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상호 지분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에 자사주 1%를 넘기는 대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1.9%를 받는 방식이었다.

○ 경영권 안정, 비효율적 자금 운영 비판도

기업들이 우군 확보에 나서는 것은 사모(私募)펀드가 활성화하면서 곳곳에 경영권을 위협하는 손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지기창 연구원은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의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KT&G의 주요 주주(10.41%)인 ‘프랭클린 뮤추얼 어드바이저스’는 2일 KT&G와 신한지주의 지분 맞교환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상호 지분 보유가 일반화한 일본에서는 관련 종목의 유통 물량이 줄어드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며 “인위적으로 M&A를 막아 자본시장의 비효율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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