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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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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연봉 대기업중 최고… 56세까지 정년보장
포스코가 지분 91% 보유… 든든한 발판 위서 새 도약
“허 참,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업체로 안 봤던 회사였는데….”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은 포스코건설이 대학생들이 취업하길 원하는 건설업계 1위 기업이라고 하자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이유를 대자 그는 더욱 당황했다. 포스코건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선도 기업’, ‘고용 안정성’,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이라는 응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로 아직까지 7위에 불과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나 GS건설 등은 포스코건설의 연봉이 건설업계 1위라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자존심이 상한다는 눈치다.
올해로 창립된 지 13년밖에 안 된 포스코건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포스코건설의 이미지는 윤색됐을까, 실제일까.
한 임금 정보회사가 올해 3월 내놓은 주요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연봉 기준)이 건설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포스코건설이 4100만 원으로 전 업종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봉이 부풀려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 직급별 연봉 | ||
| 대학생 구직자 | 선호 이유 | 포스코건설 직원 |
| 23.6% (1) | 선도기업의 이미지 | 10.4% (3) |
| 15.4% (2) | 고용 안정 | 23.7% (2) |
| 13.1% (3) |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 | 7.2% (6) |
| 12.5% (4) | 성장 가능성 | 33.4% (1) |
| 11.9% (5) |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 | 9.3% (4) |
| 8.2% (6) | 우수한 복리후생 제도 | 3.0% (7) |
| 7.1% (7) | 삶을 위한 가치 존중 | 2.7% (8) |
| 5.1% (8) | 경력 개발 기회 | 2.0% (9) |
| 3.1% (9) | 인간적인 기업 문화 | 8.3% (5) |
연봉은 직급별 초임 기준이며 성과급은 제외. 근속연수는 진급 첫해 기준. 부장 이상부터는 발탁 인사이기 때문에 근속연수가 비슷함. 자료: 포스코건설 | ||
다른 기업들의 연봉이 과소평가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포스코건설이 본보에 공개한 임금표를 보면 ‘4100만 원’은 사실이다. 단, 내근이 아닌 현장 근무 신입사원이 연말 성과급(약 500만 원)을 받는다는 조건이다. 성과급은 매년 수주 실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의 연봉이 전 직급에서 최고 수준인 것은 아니다. 대리 초임은 4372만 원(현장직 기준으로 상여금을 뺀 금액), 과장 초임은 5239만 원이다. 입사 20년차인 이사보도 8800만 원가량을 받는다. 다른 건설사와 비교하면 ‘하후상박(下厚上薄)’형에 가까운 셈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 내부 직원들이 꼽은 자사(自社)의 장점 가운데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 항목은 6위에 그쳤다.
하지만 ‘생애 소득’으로 따지면 포스코건설이 업계 1위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직급 정년’이 없기 때문이다. 승진을 못해도 옷을 벗지 않는다. 예우 차원에서 임원으로 승진시켜 내보내지도 않지만 정년(만 56세)까지 부장으로 지내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포스코건설을 두고 ‘신(神)이 내린 민간기업’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흔히 포스코건설은 짱짱한 모(母)기업인 포스코의 후광(後光)을 입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가 발주하는 공사만 수행해도 기본은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포스코건설을 ‘선도 기업’으로 보는 것은 포스코의 이미지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옳다고도, 틀렸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포스코건설의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91%를 갖고 있는 포스코다. 모기업이 버티고 있는 덕분에 기업어음 신용등급(A1)도 건설업계 최고다.
임직원(5월 말 현재 2359명) 중에서 포스코 출신도 14%(328명)나 된다. 포스코에서 임원으로 있다 포스코건설로 온 임원도 전체의 25%(11명)다.
이처럼 포스코건설에 포스코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의 강점은 다른 데 있다. 모기업의 틀 안에서 안주하지 않는 ‘젊은 도전’이다.
올해 초 한수양 사장은 신년사에서 ‘독자생존 능력’을 제1의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수주 잔액 8조1500억 원(310건) 중 포스코 발주 공사는 7300억 원(70건)으로 금액 기준 8.9%에 그친다. 나머지는 국내외에서 독자적으로 따낸 공사들이다.
11일 착공한 칠레의 석탄화력발전소(3조7000억 달러)는 포스코건설이 발전(發電)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안착시키고 있음을 보여 준 성과다. 또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에 독자적으로 참여했고 100억 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철도 현대화 프로젝트에서도 사업우선권을 따냈다.
포스코건설 직원들이 자사의 장점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바로 ‘성장 가능성’이다. 모기업만 믿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젠간 포스코보다 나은 기업이 돼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평가를 받겠다는 자신감이다.
대졸자 신규 채용은 3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서류전형으로 3∼3.5배수를 뽑는다. 학점과 어학, 자격증 등을 본다. 지난해 서류전형 통과자의 평균 토익(TOEIC) 점수는 880점. 사무직은 930점, 기술직도 870점이나 됐다.
다음은 사실상의 본선 라운드인 직무역량 평가. 면접관들에게는 나이, 출신학교 등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가 일절 제공되지 않는다. 전공이나 지식보다는 실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특정 과제를 주고 90분 동안 분석한 뒤 10분간 발표하거나 조를 짜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토론이 기다리고 있다. 영어회화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2배수로 좁혀진다.
마지막은 가치역량 평가. 임원급 3명이 지원자의 인성이나 가치관을 평가한다. 여기까지 오려면 총 6번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이런 인재를 원한다
“인재는 회사의 근간으로, 어떤 자산보다 소중합니다. 여러분의 감정, 신념과 같은 정서적 자본이야말로 포스코건설의 으뜸 가치입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먼저 아끼고 존경하십시오. 그것이 회사를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은 지난해 9월 신입 및 경력 사원들을 대상으로 인재육성을 중시하는 포스코건설의 경영방침을 이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포스코건설은 어떤 사람을 인재로 받아들일까.
포스코건설의 인재상(像)은 회사가 정한 비전인 ‘Smart Global E&C Company’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기존의 관행과 인식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도덕성, 적극성을 기반으로 계속 혁신해 최고의 성과를 추구함으로써 E&C(엔지니어링과 시공) 분야의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최홍길 포스코건설 인력개발담당 상무는 인재의 조건으로 △글로벌 경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어학능력과 지식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진솔한 자세 등 3가지를 꼽았다.
‘진실하고 솔직한 자세’가 인재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된 것은 3개의 이질적인 그룹으로 이뤄진 포스코건설의 인적 구조와 연관이 있다.
포스코건설은 1994년 창립 이후 포스코 출신과 다른 건설사에서 온 경력직, 공채출신 등 3개의 그룹이 절묘하게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회사 안팎에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장도 지난해 12월 창립기념사를 통해 “포스코건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 모두는 한 가족”이라며 화합을 강조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나는 이래서 포스코 건설을 좋아한다 | |||
| 직급 | 근속연수(년) | 연봉(원) | |
| 내근 | 현장 근무 | ||
| 대졸 입사 | ― | 3329만 | 3641만 |
| 대리 | 4 | 4060만 | 4372만 |
| 과장 | 9∼10 | 4867만 | 5239만 |
| 차장 | 13∼14 | 5686만 | 6058만 |
| 부장 | 20∼21 | 7005만 | 7437만 |
| 이사보 | 20∼22 | 8412만 | 8844만 |
| 임원 | 20∼22 | 수억 원 | |
| 대학생 구직자 352명, 포스코건설 직원 142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괄호 안은 응답 순위. 자료: 인크루트, 포스코건설 | |||
■ 포스코건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포스코건설이 출범하게 된 것은 모기업인 포스코의 고민 때문이었다.
1970년 4월 포항제철소 건립 첫 삽을 뜬 포스코는 그로부터 22년 만인 1992년 10월 광양제철소 4기를 준공해 조강 생산능력 2100만 t 체제를 달성했다.
기쁨도 잠시. ‘확장의 시대’를 마감한 회사는 22년간 제철 플랜트 공사를 통해 확보한 엔지니어링건설 기술과 수많은 인력을 새롭게 활용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신일본제철 등 해외 제철사 사례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 1994년 12월 포스코건설(당시 회사명은 포스코개발) 창사(創社)였다.
포스코건설은 세계 수준의 제철소를 건설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출범 초기 제철 플랜트 및 철강재를 활용한 교량, 터널, 철골조 아파트를 짓는 쪽으로 핵심사업 분야를 특화해 나갔다.
국내 최초의 민자(民資)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 국내 최대의 해상 교량인 부산 광안대교 건설 등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사업. 수주액도 1995년 1조6000억 원, 1996년 2조1000억 원으로 신생 회사로서는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그러나 1997년 말 닥친 외환위기는 포스코건설에 엄청난 시련을 안겼다. 모기업 의존형 사업이다 보니 포스코의 투자 축소가 포스코건설의 경영난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998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직원 수를 2000여 명에서 1227명으로 줄였다.
이후 민자사업, 개발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자체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특히 100대 건설사 가운데 34곳이 부도난 상황에서 튼튼한 재무구조는 ‘탄알’이 됐다. 우수한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2001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파크뷰 분양 성공을 계기로 아파트 등 일반 건설사업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2002년 3월 미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2014년까지 24조 원을 들여 인천 송도매립지 173만 평에 국제업무단지를 짓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하는 서울사무소를 2012년까지 송도로 옮기기로 한 것은 송도 프로젝트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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