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온도는 99℃…투자자들은 36.5℃, 1700시대 투자가이드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1분


코멘트
코스피지수가 전날 1,7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1일에도 15포인트 이상 상승세를 이어 갔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한 대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전날 1,7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1일에도 15포인트 이상 상승세를 이어 갔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한 대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확실히 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 때와는 다른 모습이에요. 당시엔 뭉칫돈을 들고 무작정 찾아와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국내 펀드 중 어떤 상품이 좋은지 묻는 투자자가 많아요.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봐서 상담시간도 길어졌고요.”(동양종합금융증권 신남석 금융센터방배본부점 지점장) 1일 각 증권사 영업지점은 최근 부쩍 늘어난 투자자들의 문의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고객들의 질문에서도 전날 코스피지수가 대망의 1,700 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뜨거운 투자 열기 속에도 과거와 같은 ‘묻지 마’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증권사 영업맨들은 입을 모은다. 》

대우증권 박희명 압구정지점장은 “국내 펀드 상품에 대한 문의 및 가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직접 투자하더라도 코스피시장의 우량주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코스피 1,700시대를 맞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들뜨지 않고 오히려 차분해 보였다.

○ 차분하게, 분석적으로 접근

증시 활황세에서도 간접 투자는 흔들림 없이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회사원 최모(32·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펀드 가입을 서두르기로 마음먹었다.



최 씨는 “조정을 기다리다가는 투자 시기를 놓칠 것 같다”며 “눈여겨봐 둔 종목을 살까 고민했지만 직접 투자는 아무래도 위험이 클 것 같아 펀드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상철 미금역지점장은 “단기 조정을 기다리던 고객들이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직접 투자보다는 지수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우량주를 심층 분석하는 투자자도 많다.

회사원 강모(41·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씨는 지난달 11일 코스피지수가 처음으로 1,600 선을 넘어서자,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 30%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그는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다시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최근 주가가 1,700 선을 돌파하자 생각을 바꿨다.

강 씨는 “세계적으로 큰 경제충격이 없는 한, 조정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아 지금이라도 다시 투자하기로 했다”며 “주도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나 전망 등을 살펴 종목을 고른 뒤 오래 갖고 있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교보증권 이종계 일산지점장은 “주가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도 있지만 상당수 고객이 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장기투자가 결국 이익, 학습 효과로 체득해”

증시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차분한 모습은 IT 버블 붕괴 현상을 경험한 데다, 최근 4년간 증시가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장기 투자가 결국 이익’이라는 사실을 체험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한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주가가 과거 10년간 박스권에 머무를 때는 적당한 시점에 사서 고점에 파는 단기 매매가 살아남는 길이었지만, 최근 4년간 강세장이 형성되면서 오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이 이익이라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도 “IT 버블이 붕괴될 때 투자자들은 실적에 기반을 두지 않고 주가만 오르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처절하게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 1,700시대에도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키면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투자증권 김 연구원은 “신규 투자를 고려한다면 일단 기대 수익을 낮추고, 차분한 마음으로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며 “3개월 미만 단기 투자는 득보다 실이 큰 만큼 상승세를 보이는 조선 기계 등 주도주 위주로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증시는 철저히 주도주와 소외주로 양분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싼 주식을 사 반등을 노리기보다 주도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증시는 저금리, 기업 실적 개선 등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내실 있게 커 나가고 있다”며 “주도주 투자에 비중을 두되 IT, 자동차 등 소외주에 일부 분산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어제 코스피 1716.24… “자고 나면 신기록”▼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33포인트(0.90%) 오른 1,716.24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개인의 ‘사자’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44.48포인트(2.62%) 급등한 1,745.39까지 치솟았지만, 장 후반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

이날 거래대금은 11조6063억 원으로 종전 최고치인 2006년 1월 4일의 10조7000억 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시장만의 거래대금도 사상 처음 9조 원대를 넘어선 9조1680억 원에 이르렀다.

업종별로는 증시 활황과 거래 대금의 급증에 힘입어 증권업종이 4.77% 급등한 것을 비롯해 보험(2.78%), 은행(1.40%) 등 금융업이 강세를 보였다.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힘찬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2만1000원(3.93%) 오른 55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편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26포인트(0.70%) 내린 742.61로 마감하며 8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