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 FTA에 흡족한 백악관 찌푸린 민주당

  • 입력 2007년 4월 3일 17시 07분


코멘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 소식이 전해진 뒤인 2일 미국은 정치 경제적 이해득실에 따라 협상결과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환영 논평을 냈고, FTA 반대의사를 표시해 온 민주당 지도부는 비준과정에서 강도 높은 추궁을 예고했다. 첨단산업 등 제조업계는 대체로 환영했으나, 자동차 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예상대로 쇠고기 수출업계는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냈다.

▽흡족한 백악관=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FTA 체결에 따른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많은 논란과 심야 협상 끝에 마침내 한미 FTA 협상이 타결에 이르렀음을 어제 밤 의회에 통보할 수 있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매우 기뻐했다"고 밝혔다.

페리노 부대변인은 "자유무역법안의 의회 통과는 언제나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자유무역의 기회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을 미국인이 결국에는 인정할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했다.

▽찌푸린 민주당=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승리로 상·하 양원을 지배한 민주당은 대체로 협상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상·하원의 FTA 인준을 처리할 담당 상임위원장이 공동으로 미 무역대표부(USTR)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지역구인 몬태너 주가 대표적인 쇠고기 수출 지역인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민주당)은 이날 "이번 결과는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완전하게 미국 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풀지 않으면 FTA 합의를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상원 재무위는 FTA 비준을 담당하는 상임위란 점에서 향후 의회의 안건처리 과정에서 진통을 예상하게 한다. 또 하원의 담당 상임위원회인 세입위원회는 물론 무역소위원회 위원장은 경영난에 빠진 미 자동차 업계의 산실인 미시건 주 출신이다.

쇠고기 시장 재개방 문제는 특히 목축농가가 집중된 중서부 및 로키산맥 지역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으며 공화 민주당의 표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 유권자는 낙태 동성애 등 사회 이슈에는 보수적이지만, 농업보조금에 의존하는 바람에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가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미 농업조합연맹의 로즈마리 왓킨스 무역정책국장은 의회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쇠고기 문제가 명쾌하게 결론지어 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미 식육협회(AMI)도 성명을 내고 "한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이 선행되지 않는 한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했다.

▽대체로 만족한 업계=민간단체인 무역비상위원회(ECAT) 콜먼 코언 회장은 "FTA가 효력을 발휘하면 한국시장의 주요 무역장벽이 제거된다"며 "농업인, 서비스 제공업자, 제조업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며 환영했다.

미 국제기업협의회(USCIB) 역시 성명서를 통해 "한미 FTA는 미국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USCIB는 미국 내 300여개 대기업 연합체로 오랫동안 자유무역 확대를 요청해 왔다.

한국수출 확대를 노리는 전자업계와 음반업계는 협상타결을 반겼다.

미 전자협회(AeA) 롬 멀리건 부회장은 "한국에서 미국산 첨단제품에 붙었던 관세가 없어지고, 서비스 접근을 개선하며, 지적재산권 보호 및 비관세 규제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적재산권 침해 방지를 줄곧 주장해 온 미 음반산업협회도 "이번 타결을 계기로 한국시장이 취약한 인터넷 관련 저작권 보호 의무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중한 자동차 업계=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 쓰리 자동차회사들은 "타결 내용이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반응했다. 미국은 3000cc 이하 한국차는 즉각 무관세로 해주기로 했고, 한국에게는 대형 미국차에 붙는 세금인하 및 수입관세 인하를 얻어냈다.

미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 (ATPC)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합의내용을 기다리고 있다"며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미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말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자동차 시장개방에 진전이 없었던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고 미 행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미국 최대의 노동단체인 AFL-CIO도 이날 "위기에 빠진 자동차 노동자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한국의 시장개방 수준이 미흡하다"며 "조합원을 중심으로 FTA 비준반대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비준실패의 대가 걱정=전통적으로 자유무역 확대를 강조해 온 워싱턴의 헤리티지 재단은 연구원 논평을 통해 "한미 양자관계 강화가 불러올 미국의 전략적 이득을 미 의회가 깨닫도록 부시 대통령이 의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앤서니 김 연구원은 공동으로 작성한 글에서 "한미 FTA 비준은 미국의 대 동아시아 경제관계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을 의미하지만, 비준 실패는 앞으로 수십 년간 파장을 남길 타격을 핵심동맹국에 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미 FTA는 양국 관계를 군사동맹 이상으로 확대하는 이정표"라며 "FTA가 본격 가동되면 현재 연간 750억 달러 규모인 양국간 교역이 200억 달러 정도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하원 국제관계위 소속 에드 로이스 의원(공화당)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역외 가공방식 인정 조항을 통해 장차 미국 내에 무관세 수입이 가능하도록 한 합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개성공단 제품이 특혜(무관세)를 받아가면서 미국에 수입되도록 합의한 것에 대해 무역대표부(USTR)의 해명을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스 의원은 "개성공단 제품은 북한주민의 '노예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핵개발을 계속해 온) 북한 체제에 수 백 만 달러의 현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협정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들에게 이로운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