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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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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비준동의 ‘관문’ 넘을 수 있을까
한미 FTA의 국회 비준동의 절차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6월 30일까지 양국 정상이나 조약체결권을 위임받은 통상장관의 ‘본서명(협정 체결)’을 거쳐 올 정기국회가 열리는 9, 10월경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미 FTA 졸속 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 51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상임위별 청문회 및 국정조사 추진 등 조직적인 비준 반대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비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도 이날 회동해 상임위별 청문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비준동의안은 재적 의원(296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의원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해도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려면 149명이 찬성해야 한다. 원내 1, 2당인 한나라당(127명)과 열린우리당(108명)이 ‘원칙적 찬성’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만 보면 국회의 비준동의안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상시국회의 의원들에다 한나라당 농촌 출신 의원 등을 포함하면 FTA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이 70명 안팎인 데다 여론의 향배를 살피며 당장은 태도 표명을 유보하는 의원들도 100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국회 주변의 추산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비준동의안이 올 정기국회에 제출되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격해질 경우 정치권이 반대표를 의식해 비준동의안 처리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올 정기국회를 넘기면 대선 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준동의안 처리가 18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맺은 FTA의 국회 비준동의에도 평균 13개월이 걸렸다. 더욱이 한미 FTA 협정은 비준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 대선 핫이슈 부상?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 9, 10월은 대선을 불과 2, 3개월 앞둔 민감한 시점이다. FTA 협상에 반대하며 단식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했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은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를 진보진영 결집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전 의장은 ‘마이너스 협상은 안 된다’는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왔으나 진보성향 지지층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FTA를 환영하는 태도다. 그러나 FTA에 반대하는 이익단체들이 찬성하는 정당과 대선주자를 공격하고 나설 경우 FTA에 긍정적인 한나라당 대선주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진보적 성향의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이 노 대통령과 함께 FTA의 덫에 걸렸다”고 말했다. 범여권은 노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차별화하면서 FTA에 반대하는 세력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범여권 주자들이 오히려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자칫 올 대선이 FTA 찬반 구도로 나눠지고, 노 대통령이 양쪽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벌써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범여권 통합의 암초?
FTA 찬반을 놓고 범여권 진영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 지도부는 찬성했으나 김 전 의장을 비롯한 재야파와 진보성향 의원들은 강력히 반대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모임도 갈라졌다.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은 반대 투쟁에 나섰으나 김한길 강봉균 의원이 주도하는 ‘통합신당모임’은 내부적으로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특히 관료 출신의 강 의원와 변재일 의원 등은 “한미 FTA 말고 다른 대안이 있으면 내놓으라”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을 비판했다.
FTA에 ‘다걸기(올인)’했던 노 대통령과 범여권 주자 간에 노골적인 갈등 양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FTA 비준 문제를 놓고 잠재 주자별로 의견이 갈릴 경우 여권 통합에 미칠 영향이 크다.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의원은 “한나라당은 농촌 출신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FTA에 대해 큰 이견이 없다. 오히려 범여권은 찬반으로 의견이 크게 엇갈려 FTA 비준 문제가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FTA가 범여권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면 범여권이 단일 대선후보를 내는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FTA는 대선의 향배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주요 변수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李-朴 “환영” 비준시기는 “…”
“피해 분야 대책 마련 집중” 한목소리
단식 김근태-천정배 “비준 저지할 것”
대선주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주자들은 협상 타결을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피해 예상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반면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은 각자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놨다.
▽한나라 ‘빅2’ “협상 타결 환영”=한미 관계의 중요성과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한나라당 주자들은 한목소리로 협상 타결을 반겼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비준 시기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유보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개성공단 원산지 표시와 섬유 문제 등 부족한 점이 있지만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지원 대책과 더불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미래를 생각할 때 개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미 FTA가 국가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국익 차원에서 (한미 FTA 체결을 추진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 농업과 축산업 등 피해 분야에 대해 모든 관심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정치권도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 주자들 견해는 엇갈려=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협상 타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정부는 추후 협상에서 개성공단 생산품 한국 원산지 표기를 관철하고 농업 등 피해 예상 분야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최종 협상결과는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균형외교, 실리외교의 결실”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협정 체결을 저지하겠다”며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협상이 끝남에 따라 단식을 종료했다.
단식 농성 중인 천정배 의원은 “정부가 ‘4·2 조공협상’으로 경제 주권을 넘겨주고 민생을 포기했다”며 “범국민적 항쟁을 통해 반드시 무효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협상 결과는 국익 관점에서 미흡하다”며 “국회 비준은 청문회를 열어 면밀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 뒤 생각을 밝히겠다”고 했고, 김혁규 의원은 “한미 FTA를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지 이념 대결로 몰아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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