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구리공정 뺀 라인 먼저 증설”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김종갑(사진) 하이닉스반도체 신임 사장은 최대 현안인 경기 이천 공장 증설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우회로’를 선택했다.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김 사장은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천 공장에 구리 공정을 쓰지 않는 반도체 라인을 먼저 증설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하고 있다. 금주 중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정부가 환경 문제인 구리의 유해성을 이유로 이천 공장 증설을 불허한다면 현재의 이천 공장도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논리를 펴 왔다. 왜냐하면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이천 공장의 연구개발(R&D) 시설과 머더팹(시험동)도 현재의 알루미늄 공정에서 구리 공정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이천 공장의 중국 이전설’까지 불거졌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환경 문제를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가 구리 문제를 포함한 상수원 규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내용이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이천 공장의 비(非)구리 공정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이런 태도 변화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구리 규제를 현실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수질환경보전법 개정안’ 추진도 다소 탄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이날 “2010년까지 매년 4조5000억 원을 투자해 1개 라인씩 총 4개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직원도 80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합종연횡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정 업체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와 뜻이 맞는 기업과 협력관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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