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 새벽까지 反FTA 시위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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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협상장 입구 50代 분신 중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이 임박했던 1일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2일 새벽까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 회원이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위대, 청와대 진출 시도=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1일 오후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한미 FTA 체결의 부당함을 알리는 홍보전과 함께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2000여 명이 모여 FTA 반대와 이날 분신을 기도했던 택시운전사 허모(56·서울 관악구) 씨의 쾌유를 비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범국본은 “허 씨의 분신은 무리하게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노무현 정권에 책임이 있다”며 “협상 저지를 위해 ‘끝장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오후 9시 반경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청와대 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경찰 저지선이 없는 을지로 방면으로 차도를 점거하고 종로구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했다. 시위대가 갑자기 도로로 뛰쳐나오는 바람에 차량들이 급정거를 하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에 막히자 안국동∼세종로 사거리를 거쳐 골목 등을 이용해 경복궁 역, 종로구 통인시장 등 청와대 쪽으로 2일 새벽까지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은 반FTA시위와 관련해 74개 중대 8000여 명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울 도심에 배치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시민단체 회원, FTA 반대 분신자살 시도=1일 오후 3시 50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정문에서 육군중앙경리단 방면 70m 지점에서 택시운전사 허 씨가 분신해 얼굴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 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참여연대 회원인 허 씨는 기도에까지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허 씨는 FTA 협상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1.5L들이 생수병에 든 시너를 자신의 몸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주위에서 경비근무를 서고 있던 경찰이 곧바로 달려가 휴대용 소화기로 불을 껐지만 허 씨는 이미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곧바로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16년간 택시를 운전해 온 허 씨는 회사에서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해 왔을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당원, 참여연대 회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한미 FTA 반대 집회에 자주 참가했다.

분신 전에 허 씨는 집에 ‘망국적 한미 FTA 폐지하라. 굴욕 졸속 반민주적 협상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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