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라이프]초보의 가슴 철렁했던 첫 사고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코멘트
《석동빈 기자의 ‘카라이프(Car Life)’와 ‘자동차이야기’를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격주로 연재합니다. 카라이프는 석 기자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면서부터 지금까지 17년간 겪어 온 자동차 구입, 정비, 튜닝, 교통사고 등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어린 시절 꿈이 택시운전사였던 기자는 대학생이던 1990년 2월 어느 날 불현듯 면허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험장에 가는 버스 안에서만 공부를 해도 합격할 수 있다고 호기를 부리는 친구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일주일간 시험문제집을 들고 달달 외웠습니다. ‘한 방’에 붙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었죠.

보름 동안 운전면허학원에서 운전도 맹연습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배우는 사람은 드물다”는 학원 강사의 칭찬에 으쓱해서 면허증 받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운전면허시험장에 갔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학과시험은 붙었지만 기능시험에서 아쉽게도 떨어진 것이죠.

그 어렵다는 ‘오르막’ ‘S자 후진’ ‘돌발’ 등을 모두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의기양양하게 종료 지점을 통과했지만 결과는 빨간 불이었습니다. 이유는 과속.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제한속도 30km를 살짝 초과한 것이죠. 일주일 뒤 기능시험도 합격했지만 한 번에 면허증을 따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몇 개월 뒤에 발생했습니다. 역시 운전 초보인 친구들과 렌터카를 빌리게 됐습니다. 차종은 갈색과 검은색 투톤의 대우자동차 ‘르망’. 이 차는 독일 오펠의 ‘카데트’를 대우차가 라이선스 생산한 모델로 1500cc 엔진에 89마력을 내고 최고시속은 170km입니다.

서울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충북 청원나들목쯤에 이르렀을 때 2차로에서 앞서 가던 검은색 콩코드가 갑자기 끼어든 것이죠.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정비 불량이었던지 갑자기 운전대가 마구 떨리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고 결국 중앙분리대를 가볍게 받은 뒤 튕겨나 갓길에 차가 멈췄습니다. 다행히 탑승자 모두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기차량 손해보상보험을 들지 않아서 160만 원의 차량 수리비를 지불해야 했고 집에서는 몇 개월간 용돈이 절반으로 깎이는 근신 처분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해외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는 그때의 아픈 기억 때문에 항상 모든 피해가 보상되는 ‘풀 커버리지’로 보험을 듭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