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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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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구’가 된 광화문=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이날 오후 2시경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75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FTA 저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오후 4시 40분경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주변에 배치된 정복경찰 500여 명의 저지선을 뚫고 을지로 입구 방면 등 주변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는 종각역, 광화문역, 서대문역, 독립문역 방면 도로로 각각 행진하며 1시간가량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7000여 명은 오후 5시 반경 경찰의 저지를 뚫고 미 대사관 앞으로 행진해 왕복 16개 차로를 모두 점거한 뒤 방송차량을 앞세워 또 다시 집회를 열었다.
점거한 도로에선 시위대 일부가 모여 막걸리를 나눠 마시거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시위대는 오후 7시 50분경 자진 해산했다.
▽민주노동당의 ‘편법 대여’ 논란=경찰은 범국본이 과거 불법 폭력집회를 연 전력이 있는 데다 행진예정 노선이 집회가 금지된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23일 범국본에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국본의 소속단체 중 하나인 민노당이 신고한 ‘FTA 협상 중단 민주노동당 결의대회’를 허용해줌으로써 사실상 범국본이 집회를 열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경찰은 23일 민노당 집회를 허용하면서 “공당인 민노당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열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약속을 믿고 집회 장소에 전·의경 대신 정복경찰만을 배치했으며 차벽(車壁)도 만들지 않았다. 미 대사관 앞 도로 전체를 시위대에 내준 뒤에야 시위대가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경복궁 앞에 차벽을 설치했다.
민노당 김형탁 대변인은 “오늘 집회는 약속한 대로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어떤 집회에도 약간의 우발적 사태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경찰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민노당에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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