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국경없는 에너지전쟁 우리가 간다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SK㈜의 임직원들은 1994년 ‘미얀마 악몽’을 잊을 수 없다.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해외 유전개발에 나섰다가 뼈아픈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SK㈜는 1989년 미얀마 ‘블록C’ 광구 입찰에서 세계 유수의 경쟁자를 따돌리고 단독으로 광구 운영권을 따냈다. 해외기업의 지분 참여까지 거절할 정도록 기대도 컸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정글 속을 뒤지며 탐사에 나섰으나 석유는 나오지 않았다.

‘석유가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분 매각조차 어려웠다.

‘해외경영’ 특집기사목록

▶ 국경없는 에너지전쟁 우리가 간다

▶ SK,동남아 ‘삼각거점’ 구축 석유화학 No.1 야망

▶ “회장님은 해외출장 중”

▶ GS칼텍스,매출 절반 수출로 달성

▶ “허 회장 별명은 Mr.Oil”

▶ 기름 한방울 안나는 한국, 석유제품 200억달러 수출

▶ 에쓰오일, 값싼 중유를 친환경 휘발유-경유로

▶ 현대오일뱅크, 고부가 유화제품으로 亞시장 공략

▶ 현대차, 현지 맞춤 마케팅 “작은 시장도 안놓친다”

▶ “점유율 고공 행진…세계 톱5 기대해 주세요”

▶ 현대모비스 “해외12개 공장갖춰 글로벌 ‘톱10’ 진입

▶ 화학업계 “美-中을 생산거점으로”

▶ ‘화섬 빅2’ 첨단소재 기업 변신

결국 1994년 광구 운영권을 반납하고 미얀마를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11년 뒤인 2005년 10월. SK㈜는 재기의 날개를 활짝 폈다.

지분 70%를 갖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북이베리아 광구 탐사에 나섰다.

‘미얀마 철수’ 이후 처음으로 지분 참여가 아닌 운영권자로서 해외유전 탐사를 재개한 것이다.》

해외에서 유전 개발 나선 한국 기업들

○2006년 해외 유전개발 투자금액 1조 원 돌파

국내 기업의 해외유전 개발은 1970, 1980년대 석유 위기를 겪으면서 시작됐다. 경제 성장을 위해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1981년 인도네시아 서마두라 유전 개발이 해외 유전개발의 효시(嚆矢). 지난해 고(高)유가가 지속되면서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12월 현재 31개국 86개 광구에서 해외유전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유전개발의 선두주자인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15개국 28개 광구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 14건이던 신규 해외 유전개발 사업은 2006년 24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유전개발 총투자비는 전년 대비 65% 증가한 15억 달러로 추산돼 사상 처음으로 연간 투자비가 1조 원을 넘어섰다.

○‘산유국’을 향한 정유회사의 도전

SK㈜는 14개국 25개 광구에서 해외 유전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년 말 기준으로 4억4000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확보했다. 하루 평균 2만2000배럴에 해당하는 원유와 가스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숱한 실패가 오히려 약(藥)이 된 셈이다.

SK㈜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베트남, 서아프리카 등 유망지역 광구의 신규탐사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하반기 브라질 BM-C-8 광구의 생산이 시작되면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해외유전 개발 사업에 나선 GS칼텍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태국 육상 광구에서 대규모 원유와 천연가스를 발견했다. 2003년 1월 캄보디아 블록A 광구에서도 양질의 원유를 확인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태국 육상 광구는 면적이 넓고 원유 매장 가능성이 큰 지층구조가 많아 유망한 지역”이라며 “러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전략지역의 탐사권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상사와 중소기업도 뛴다

삼성물산,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등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외유전 개발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멕시코만 3개 해상지역, 동티모르 해상 탐사광구 등의 탐사 작업에 참여했다. 1997년 한국석유공사 등과 함께 참여한 중국 옌난 유전도 올해 상업생산이 예상된다.

LG상사는 ‘제2의 중동’으로 꼽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전탐사에 적극적이다. 2004년 카자흐스탄에 지사를 설립한 뒤 아다(ADA) 광구에서 한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 광구에서 양질의 원유를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국내 중소기업도 적극적이다.

올해 1월 자본금 10억 원의 국내 석유벤처기업 ㈜골든오일이 아르헨티나 엘비날라르 광구에서 가채 매장량 460만 배럴의 유전 개발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한국기술산업은 최근 미국 현지 합작법인 OTI를 통해 미국 유타 주에 가채 매장량 1억9000만 배럴 규모의 오일샌드(Oil Sand) 광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일샌드는 원유를 함유한 모래나 퇴적암으로 고(高)유가 시대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지난해 7월 2500억 원을 투자해 캐나다 앨버타 주에 2억5000만 배럴 규모의 오일샌드 광구를 확보했다.

글=박 용 기자 parky@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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