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미스 여러분, 이젠 금융 상품을 쇼핑해보세요"

  • 입력 2007년 2월 20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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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새로 생긴 한 오리엔털 음식점에 30대 대학 동창 여성 4명이 모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도 10여 년을 꾸준히 만나고 있는 '돈독하고도 기이한' 인연입니다. 직업은 기자, 대기업 과장, 홍보대행사 과장, 전문 통역사 등. 그녀들은 모두 싱글입니다.

요즘 경제력을 갖춘 30대 미혼 여성은 '골드 미스'로 불립니다. '골드 돌싱(돌아온 싱글)'도 '골드 미스'로 뭉뚱그려집니다. 그러니까 이날 모임의 헤드라인을 뽑자면 '골드 미스들의 저녁식사' 쯤이 되겠습니다.

은행권에서는 통상 연봉 5000만 원 이상인 싱글 여성을 '골드 미스'로 분류합니다. 화려하지만 품위 유지비가 많이 들고, 인생의 반쪽을 어느 순간 찾을지 몰라 무턱대고 장기 투자를 할 수도 없는 고민이 이들에겐 있습니다.

이번 주는 '골드 미스를 위한 포트폴리오(자산 배분)'를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골드 미스들의 현 주소

홍합 스튜, 파인애플 볶음국수, 타이 카레 치킨 윙, 그리고 따뜻한 술….

아, 남들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동안 이 땅의 '골드 미스'들은 세계음식 탐험수사대라도 된 양 '맛있는 인생'을 찾는 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기자는 난데없이 질문합니다.

"얘들아, 여태껏 돈은 얼마나 모았니? 펀드도 하니?"

생각해보니 그동안 맞선 본 남자, 휴가 계획, 유명 브랜드 바겐세일 등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정보를 나누면서도 서로의 통장에 대해선 진지한 대화가 없었던 듯합니다.

A는 월급 전부를 어머니에게 맡긴다고 했고, B는 2억여 원을 월급 통장에 고스란히 모았다고 했습니다.

C의 포트폴리오는 무척 번듯해 보였습니다. 지난해 가입한 국내 주식형 펀드 2개, 올해 1월 가입한 일본 펀드 1개, 노후 보장을 위한 변액 유니버설 보험,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연금저축…. 모두 입이 딱 벌어져 그녀를 부럽게 쳐다봤습니다.

자극은 행동을 촉발합니다. 기자는 다음날 곧바로 은행으로 향했습니다.

●좌충우돌 초보 금융기자의 금융 쇼핑

일단 월급 통장이 개설된 국민은행을 방문했습니다.

가능한 월급 통장 은행으로 금융거래를 일원화하라는 정보 때문이었죠. 아직 들지 않은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 대한 상담도 했습니다.

장마저축은 쏠쏠한 소득공제 혜택이 있지만 7년 이상 돈을 묶어둔다는 점에서 '골드 미스'가 '올 인(다걸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웨딩드레스를 입게 될 때 여윳돈이 없으면 난처하잖아요.

기자는 솔직히 적립식 펀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펀드 상품에 가입한 적이 없어 적은 금액이라도 월 일정액을 불입하면서 금융 흐름을 익히고 싶었습니다.

"일본 펀드에 관심 있다"고 하자 창구 직원은 한 외국계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일본 주식&리츠 재간접 펀드'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환 헤지(위험 회피)에 대한 기자의 금융지식이 부족한데다, 번잡한 창구 분위기에 떠밀려 가입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인근 하나은행에서는 한 직원이 "무슨 업무를 보겠느냐"고 친절하게 물어 왔습니다.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했더니 작은 응접실로 안내하더군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 곳에서 기자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글로벌 부동산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생애 첫 펀드가 된 셈입니다. 일단 각 펀드의 월 불입액은 10만 원으로 조심스럽게 잡았습니다.

내친 김에 장마저축도 들려 했더니 기자는 이미 2003년에 국민은행에 1만 원을 넣고 장마저축 가입을 했답니다. 당시 한시적 판매상품이란 말에 성급히 들었던 기억이 비로소 납니다. 그것도 모르고 어떤 장마저축이 좋을까 수없는 나날을 고민했습니다.

●골드 미스에게 추천하는 포트폴리오

전문가들은 골드 미스들에게 가능하면 수입의 70%까지 저축 또는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특히 이 중 절반 이상은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라고 하네요.

이건홍 한국씨티은행 압구정 씨티골드 지점장은 "펀드에 가입할 때 핵심 펀드와 부가 펀드를 구분해야 하며, 핵심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좋겠다"는 의견을 폈습니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 팀장은 골드 미스들의 '갑작스런 결혼'에 대비해 단기 적금도 추천했습니다.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는 인덱스 펀드를 권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 펀드를 추천했습니다. 이미 과열됐다는 우려도 있지만 신흥시장은 장기간 성장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저축도 필수라지요.

골드 미스 여러분, 이젠 금융 상품을 쇼핑해보세요. 돈에 당당한 당신은 한층 더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믿습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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