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삼성테크윈의 ‘윈(Win)’을 믿는 이유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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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역전 승부가 없다면 ‘단팥 없는 찐빵’처럼 얼마나 밋밋할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카메라 시장이 그처럼 밋밋했다.

캐논, 니콘, 소니 등이 주도하는 카메라 업계의 아성은 다른 업체의 도전을 허용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의 한국 대표선수 격인 삼성테크윈이 프리미엄 디지털카메라 ‘블루(VLUU) NV’ 시리즈의 대박을 발판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나섰다.

삼성테크윈은 ‘2007년 업계 3위, 2010년 세계 1위’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 치열한 승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신만용 부사장(광디지털시스템사업부장)을 15일 만났다.》

“삼성테크윈은 디지털카메라의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2, 3년 전만 해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본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우리는 선두 업체들이 재고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신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며 치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삼성테크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4년 3.7%(10위), 2005년 5.4%(8위), 2006년 8.6%(5위)로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 부사장은 “만약 아직도 아날로그 필름카메라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 추격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삼성테크윈의 임직원들이 디지털 기술에 상당히 강한 면모를 갖췄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이 추격의 기회를 줬다’는 그의 말은 삼성테크윈의 역사가 증명한다.

1977년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정밀공업 업체로 출발한 삼성테크윈은 1979년 처음 필름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제휴사인 일본 미놀타의 카메라를 조립해 파는 수준에 불과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를 발판으로 1995년 독일 카메라업체 ‘롤라이’를 인수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카메라사업은 곤두박질쳤다. 2000년 삼성테크윈은 하이테크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의지를 갖고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 모듈 개발 등 광디지털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것은 ‘디카 열풍’이란 시대 흐름과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신 부사장은 “2000년경부터 시작된 디지털카메라의 승부가 지금까지는 ‘찍는 즐거움’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보는 즐거움’ 경쟁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화질이나 얼굴 인식, 손 떨림 방지 기능 같은 ‘찍는’ 기술보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TV에서 바로 보며 편집할 수 있게 하는 ‘보는’ 기술의 시대가 온다는 것.

신 부사장은 ‘보는 경쟁력’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19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에서 TV 및 비디오 관련 사업부장을 10년 이상 담당하다가 2005년 1월 삼성테크윈으로 자리를 옮겼다.

“디카로 찍은 고화질의 화면이나 영상이 고화질(HD)TV와 호환될 수 있는 기술이 앞으로 중요해질 겁니다. 이 부분에서는 삼성테크윈이 확실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신 부사장은 고객의 다양해진 선호도를 누가 먼저 발 빠르게 맞추느냐도 승부의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폭발적 수요 증가세는 주춤하는 반면 기존 고객의 재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재구매가 전체 시장의 50%를 넘어서고 있다.

그는 “컨버전스(융합) 기술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그런 까다로운 요구에도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선보인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해 곧바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블루 i70’이나 30개국 6500여 곳의 여행지 정보를 제공하는 ‘블루 i7’ 등이 대표적인 컨버전스 제품이라는 것.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최고의 디지털카메라는 어떤 제품인가’를 물었다.

그는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디지털카메라가 최고다. 그것은 삼성테크윈이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만들어 갈 제품”이라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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