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하지만 한국 금융업계의 해외 현지화는 이제 몇 걸음을 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시중 은행들은 예전부터 세계 주요 도시에 현지법인이나 영업점을 갖고 있었지만 대부분 한국 교민이나 유학생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국내 시장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해외에서 세계적 금융기관과 경쟁할 역량이 부족했던 것.
하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글로벌 경영에 임하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 세계적 IB들과 ‘정면 승부’를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 홍콩에 투자은행(IB)센터를 열고 세계적 IB들과 당당히 겨루겠다고 선언했다.
IB 신시장 개척을 ‘글로벌 은행’ 도약을 위한 필수 사업으로 보고, 2004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해외 IB센터 설립을 추진한 것.
때마침 홍콩지역의 신한아주금융유한공사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으로 두 개의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중 하나를 IB 업무를 전담하는 IB센터로 전환한 것이다.
홍콩에 IB센터를 둔 이유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중국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 때문이다. 홍콩은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회사채 발행, 자금 조달을 전담하는 금융 허브로 350여 개 외국계 금융기관이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홍콩은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신한은행의 꿈이 영글고 완성되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이 외국계 IB에 비해 투자은행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외국계 IB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했고, 유럽의 양대 은행인 BNP파리바, 도이치은행과 각각 IB 관련 제휴를 맺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요 주주인 프랑스계 BNP파리바와는 채권자본시장(DBM) 중심의 상호협력을, 도이치은행과는 주식자본시장 중심의 업무협력에 주력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IB사업부 조정훈 차장은 “IB센터를 개설한 직후 중국 ‘시왕슈거’ 회사에 신디케이트론을 주선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며 “IB 전담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 현지화 노력도 병행해 글로벌 IB로 우뚝 서겠다”고 다짐했다.
○ 철저한 현지화로 ‘블루오션’ 창출
하지만 시암삼성이 처음부터 잘 나간 것은 아니었다.
외환위기 직전에 출범한 시암삼성은 진출 초기 현지 금융시장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달려들었다가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는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현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략을 수정한 끝에 출범 8년째인 2005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1530만 달러 매출에 25만5000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는 보험사로 자리매김했다.
태국 금융당국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금융회사들의 현지 합작법인들이 모두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삼성생명의 경영 수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생명보험은 업종 특성상 고객의 계속 보험료가 중요한 자산이고, 초기 사업비가 많이 집행되는 업종 특성상 회사 설립 이후 10년이 지나야 흑자 기조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태국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16% 정도로 한국의 1970년대 수준이다. 그만큼 새로 창출할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진출 초기 시암삼성이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태국의 노동시장이 한국과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태국의 여성 취업률은 80%대로 한국의 여성 취업률보다 훨씬 높았고, 특히 유능한 태국 여성들은 대부분 2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투잡스’ 족이었다.
하지만 초기 시암삼성은 한국식으로 전업 설계사만 고집했고, 이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모집하지 못했다.
이후 투잡스를 인정하면서 우수한 인력들이 대거 입사해 시암삼성이 태국에 안착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