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과 후진적 노사관계에 대한 비판으로 이중고를 겪어 온 현대차그룹은 그룹 총수인 정 회장마저 대내외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면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 앞으로 어떻게 되나
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대차그룹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6년 만에 영업이익이 감소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 들어 1월에는 내수판매가 줄면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반면 같은 달 수입차 업체는 국내에서 4365대를 팔아 월간 판매량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대조적인 모습은 현대차의 이미지 추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3월로 예정된 현대차 체코공장 착공,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준공,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 등 주요 프로젝트들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해외 언론의 반응도 차갑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4일 “이번 공판은 만성적인 노사분규, 원화 강세, 해외 판매 부진 등 악재가 겹쳐 지난해 이윤이 35%나 감소해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로 13차례나 파업을 벌여 회사 측에 2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줬다”며 “최근 수년간 원화 가치가 20%나 치솟고 노조의 임금 인상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생산 원가를 줄여야 하는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항소심 등 기회가 남아 있고 제한적이지만 경영활동이 가능해 그룹회장으로서 정 회장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면서 “오히려 임직원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계 “아쉽다”, 증시는 요동
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단체에서는 자동차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경제 회생에 대한 정 회장의 역할 등을 고려해 향후 재판에서 선처가 내려지길 희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왕성하게 기업 활동을 해야 할 기업 총수에게 실형이 선고돼 안타깝다”면서 “이번 선고로 현대차그룹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법원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장중 한때 크게 요동쳤다.
특히 현대차 주가는 오후 한때 3%까지 하락했으나 주가 하락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 속에 전 주말과 같은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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