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연기… 연기… 연기… 연기…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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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분양을 하기 싫어 안 하나요. 시장 전망이 막막한데 인허가까지 늦어지니 계획대로 사업이 되겠습니까.”(A건설사 분양담당 임원)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가 급감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규제로 사업이 몇 달씩 늦어지고 있어 주택 공급이 줄어들 기미도 보인다.

그동안 일부 주택업체가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매겼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규제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몇몇 회사는 주택 부문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전면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지자체와 분양가 싸고 마찰

부동산정보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이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분양될 예정이었던 아파트(오피스텔 포함)는 22개 단지 6104채.

하지만 이 가운데 이미 분양을 했거나 이달 말까지 분양 공고를 낼 곳은 10개 단지 2194채로 전체의 36%에 그친다. 나머지 12개 단지 3910채(64%)는 다음 달 이후로 분양이 미뤄졌다.

경기 화성시 동탄지구 풍성주택과 포스코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는 해당 지자체의 분양가 상한제 자문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분양이 연기됐다.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가 ‘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자문’을 거치겠다는 게 지자체의 방침이다.

화성시 측은 “2월 중순에 위원회가 구성되면 분양가가 적정한지 따져본 뒤에 분양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분양 승인에는 2주 정도 걸리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면 한 달 반가량으로 늘어난다.

26일 청약을 받는 금호건설의 충북 청주시 대농지구 아파트도 지자체와 시공사 간 마찰로 분양 승인 신청 취소와 재신청을 반복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경기 파주시 교하지구 월드건설의 빌라형 아파트(타운하우스) 분양도 3월로 연기됐다. 역시 분양가 자문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신도시에 분양하려던 주상복합아파트도 다음 달로 늦춰졌다. 이 아파트는 당초 지난해 12월에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계속 연기되고 있다. “태생이 공기업이라 분양 과열현상 등 정부의 방침에 어긋나는 결과를 우려해 사업계획을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재개발·재건축아파트 등은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분양가 책정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마찰을 빚거나 인허가가 늦어져 분양을 못하고 있다.

○ “시행사들 이미 손 놓아 공급 물량 더 줄어들 것”

단순한 분양 연기가 아닌 사업 축소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은 최근 “앞으로는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에 진력하고 조금이라도 돈 안 되는 사업은 절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회사는 올해 주택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D사는 경기 수원시에 6000채가량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일부는 포기할 것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9월부터는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그 이전에 물량을 털어낼 수가 없다”며 “골프장 사업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이미 시행사들이 손을 놓고 있어 공급 물량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분양가가 너무 뛴 것은 인정하지만 주택 공급 자체를 막는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1월 수도권 분양 예정 아파트
위치건설사평형일반분양(채)비고
서울길음동삼성물산23 20-
서초동GS건설54∼101 164-
회현동 1가SK건설42∼91 238-
종암동삼성물산25∼43 307-
회현동 2가쌍용건설52∼94 236-
이문동금호건설24, 33 100분양 연기
고척동대우건설24∼42 662
하월곡동극동건설55∼67 120
평창동롯데건설66∼85 112
신정동이연건설18∼34 20
남가좌동동부건설14∼43 151
홍제동한신공영23∼46 115
석관동삼성물산24∼41 136
인천송도신도시포스코건설31∼114 729
송도신도시코오롱건설50∼80 226
경기용인시 흥덕지구경남기업43, 58 913-
이천시 갈산동대우건설33∼52 230-
남양주시 지금동부영34 86-
안양시 비산동성원건설29∼33 140분양 연기
화성시 동탄지구풍성주택46 200
35∼10248(오피스텔)
포스코건설40∼981266
파주시 교하지구월드건설48, 53 143
자료: 내집마련정보사

“청약가점제 완화한다”

자녀 수 산정기준 만20세 미만서 미혼으로

신혼부부 혼인연령 결혼연수 고려해 혜택

9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주택 청약가점제에서 자녀 수 산정 기준을 ‘만 20세 미만’에서 ‘미혼’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무주택 기간이 짧고 자녀도 없어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신혼부부를 위한 보완 조치도 마련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23일 “청약가점제 산정 기준 가운데 자녀 수를 나이가 아닌 결혼 여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 달 말 청약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건교부가 제시한 청약가점제 적용 방안에 따르면 자녀가 만 20세 이상이 되면 부양가족에 포함되지 않아 나이가 많은 무주택 가구주가 오히려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가구주 나이 50세, 자녀 2명(19세, 17세), 무주택 기간 11년, 청약통장 가입 기간 10년 이상인 가구주의 청약가점은 430점이지만 자녀들이 20세 이상이 되는 3년 뒤에는 325점으로 떨어진다.

신혼부부를 위한 보완 조치는 혼인 연령이나 결혼한 지 얼마나 됐는지 등을 따져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주더라도 대상 주택을 현행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7평 이하)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 이미경 부동산대책특위 위원장도 이날 “신혼부부 등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청약가점제에서 구제해 주는 보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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