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으려다 중소기업 잡을라…총액한도대출 2조 축소

  • 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0분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용도로 시중은행에 싼 이자로 빌려 주는 ‘총액한도대출’ 규모가 내년부터 2조 원가량 줄어든다.

이에 따라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은행 돈을 빌려 쓰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20일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축소 안건’을 2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축소 규모와 은행별 배정 한도는 금통위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지만 대체로 2조 원가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한은 주변의 관측이다.

한은은 집값이 급등했던 2002년 10월에도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 원 축소한 바 있다.

현재 총액한도대출 규모는 9조6000억 원, 금리는 연 2.75%다.

총액한도대출이 줄어들면 은행들은 당장 할당받은 총액한도대출금에서 이번에 감소한 부분(2조 원 가량)만큼 한은에 돌려줘야 한다.

지난달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은행들이 한은에 추가로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 4조8000억 원을 포함하면 모두 6조8000억 원이 은행의 대출 재원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시중 통화량이 감소해 돈이 귀해지고, 금리가 오르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높은 금리를 겨냥한 예금이 늘어나 은행이 한은에 맡겨야 하는 지준금이 증가하고, 이어 대출 재원이 줄어드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 향후 1년간 대출로 나갈 자금이 125조∼150조 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한은이 ‘집값을 잡기 위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잡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전국 부도업체 수는 234개로 10월(181개)보다 29.3% 늘어나는 등 기업 자금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싸고 중소기업 대출 용도로 쓰이는 총액한도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총액한도대출::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낮은 이자로 은행에 돈을 빌려 주는 것을 말한다. 대출 총액과 은행별 할당량이 미리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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