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4차 협상 중간점검… 연내 타결 어려울 듯

  • 입력 2006년 10월 25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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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4차 협상이 25일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지만 일부 분과 회의는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서 조기 종료되는 등 계속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우리측은 미국의 상품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미국 측은 우리의 농산물 시장을 집중 요구하는 등 관세 개방안(양허안)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첨예하다.

공산품을 다루는 상품무역 분과는 첫날 오전 회의가 중단되는 등 고전했으며 섬유분과는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하루 앞서 회의를 종료했다.

미국이 공산품 분야에서 추가 수정 의향을 밝히고 농산물 긴급수입제한조치(특별세이프가드) 도입에 합의하는 등 일부 진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평가다.

◇ 초반부터 감지된 파열음

4차협상 첫 날부터 양국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감지됐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에 대한 그동안의 미국 측 입장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며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달라는 우리 요구에 거부의 쐐기를 박았다.

특히 공산품을 다루는 상품무역 분과의 경우 첫날 오전부터 회의가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이는 미국이 제시한 관세 개방 수정안이 함량 미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산품에서 1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품목의 관세 철폐 이행시기를 앞당기고 섬유는 13억 달러 규모, 농업은 1억3000만 달러 규모 품목의 관세 철폐 이행시기를 조정한 개방안을 갖고 왔지만 우리 협상단 입장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였다.

이에 따라 상품무역 분과 회의가 파행을 겪었으나 미국이 1000개 전후 품목을 추가로 조정할 의사를 제시하면서 이튿날인 24일 회의가 속개됐다.

그러나 추가 조정안도 자동차 등 한국의 관심품목을 '10년 이상 또는 기타' 품목으로 분류해 우리 협상단을 실망시켰다.

섬유 분과의 경우 미국 측이 관세 개방의 추가 수정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데다 원사까지 원산지국에서 생산이 이뤄져야 원산지국으로 인정해주는 자국의 섬유분야 원산지 인정 기준인 얀포워드를 고수하면서 회의가 당초 일정보다 하루 빠른 24일 종료됐다.

양측은 협상장에 마주 앉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판단으로 하루 일찍 회의를 끝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섬유 세이프가드 도입을 적극 검토하다가 이 역시 논의를 중단했다.

4차 협상 기간 마지막 회의를 이날 갖는 농업분과의 협상도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단 우리 측은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의 도입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농업 분야의 관세 개방 수정안을 제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수정 폭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업분과장인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오전 회의를 마친 뒤 "마련돼 있는 수정안 범위 내에서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 (수정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4차 협상에 앞서 당초 '15년 관세철폐 품목' 가운데 최대 100여개 품목을 '5년 혹은 10년 관세철폐 품목'으로 전환하고 기타 품목 중 일부도 줄일 수 있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 주요 쟁점 '평행선'… 연내 타결 난망

한미FTA가 당초 제시된 일정대로 타결될지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인 무역구제 분야 등 쟁점 사항을 둘러싼 논의도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역구제는 미국이 '무역촉진권한법(TPA)'을 통해 관련 조항을 개정하려면 180일 이내에 의회에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TPA 시한이 내년 6월말로 끝나기 때문에 한미FTA 협상이 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내에 마무리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이다.

우리측은 법률 개정이 불필요할 수도 있는 사항 등 14가지의 절차 개선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반덤핑 등 제도 개선은 FTA 협상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저작권 보호기간과 특허 출원의 공개 여부 등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도 여전하고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은 평행선을 긋고 있다.

산업은행, 우체국보험 등 국책금융이 영위하는 민간영역 시장에 대한 상업적 고려 문제에 대한 해석 등 다른 부문에서도 채워나가야 할 괄호가 산적해있다.

이에 따라 연내 협상 타결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23일 "연내 타결이 목표지만 늦어도 내년초 타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이 내년에 만료된다고 해서 협상을 서두르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커틀러 대표가 그동안 일관되게 '연내 타결'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번 언급은 그동안의 협상 진척 속도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도입 합의 등은 성과

협상이 전반적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도입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 등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 응하면서 수입산 농산물이 급증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라는 완충장치가 도입되면 개방안 수준을 좀더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세웠던 만큼 세이프가드 논의의 진전은 농업 분야의 관세 개방안 협의에도 가속도를 붙여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이 1000개 품목의 추가 수정 의사를 밝힌 공산품 분야 관세 개방안도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이번 4차 협상에서 양측은 공산품을 중심으로 의견 차이를 좁혀 향후 타결할 관세 개방안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미국은 이번 수정안 제시에 이어 추가 수정 의사도 표명했다.

또 농산물 분야에서 저율관세할당물량(TRQ) 방식의 도입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며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5차 협상 전에 수정 통합 협정문을 작성하고 수정 유보안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등 대부분 진전사항들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양측의 진지한 타협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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