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제4차 협상 첫날…상품 농업 등 12개 분야 논의

  • 입력 2006년 10월 2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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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4차 협상 첫날인 23일 양국은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신라호텔에서 상품과 농업, 섬유 등 12개 분야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 시작 전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 3시간 후 점심식사를 위해 협상장을 나온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협상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렵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 측이 대부분의 분야에서 전과 변함없이 보수적인 개방안을 들고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이날 미리 교환했던 상품 등의 관세 양허안(개방안)을 바탕으로 분야별, 품목별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농산물과 섬유 분야에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설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농업 분야에서 민감 품목으로 분류했던 284개 품목 중 피해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부 품목을 이미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신 섬유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공세를 펼치고 있는 농업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는 대신 한국이 유리한 섬유 분야에서 큰 폭의 개방을 얻어내겠다는 생각이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오후 양국의 수석대표를 만나 오렌지 등 감귤류를 한미 FTA 협상 품목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커틀러 대표는 이에 대해 간혹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틀러 대표는 북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달라는 한국 측 요구에 대해서도 "한미 FTA는 한미 양국 지역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며 북한 핵실험 이후 더욱 강경해진 태도를 보였다.

한미 FTA 협상을 반대하는 집회와 기자회견도 잇따라 열렸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대표자 20여 명은 오전 9시 반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4차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 수산업 경영인 제주도연합회'는 어선 40척으로 모슬포 앞 바다에서 1시간가량 해상 시위를 벌였고, 이날 오후에는 서귀포시 중문3거리에서 7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FTA 4차 협상 저지를 위한 제주도 농축수산인 대회'가 열렸다.

서귀포=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서귀포=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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