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100만명 시대… 그들이 밝히는 ‘역할 스트레스’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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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7월 ‘팀 제도’를 전격 도입하면서 우체국 예금과 보험료를 운용하는 ‘자금운용팀’을 신설했다. 이상무(38·4급) 자금운용팀장은 요즘 하루 2800억∼3000억 원을 전결로 처리한다. 팀제 이전 투자 결정의 30%를 윗선의 결재를 받았지만 지금은 투자 조건이 까다로운 5%만 받는다. 팀제 도입 이후 팀장(4, 5급)의 전결권이 전체 업무의 58%에서 85%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투자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3∼7일에서 하루로 줄었다. 몇 해 전부터 산업계에 팀제로 조직을 개편하는 바람이 불면서 팀장 전성시대가 열렸다. 재계는 현재 한국에서 기업별로 크고 작은 팀을 관리하는 팀장만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국내 대기업 107곳, 중소기업 91곳을 조사한 결과 팀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70.2%였다. 행정자치부 정통부 등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직 사회도 팀제를 도입하고 있다.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팀장에게 이양되면서 팀장의 스트레스도 가중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자금운용팀의 이 팀장은 “이전에는 결재를 하면서도 ‘윗분들이 걸러 주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이젠 성과에 대해 100%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절반이상 “책임이 권한보다 커”

효성의 신준규(36) 무역PG 합성수지팀 팀장은 지난달 팀장이 되면서 12명의 팀원을 이끌고 있다. 직속 상사는 임원인 상무다.

신 팀장은 “과거 부장의 역할은 실무보다는 조직 관리에 치중했지만 팀장은 스스로 성과를 내면서 팀원을 관리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책임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팀장은 중간 관리자 역할에서 권한에 비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98개 기업의 직장인 410명(팀장 145명, 팀원 265명)을 대상으로 팀장의 리더십에 대해 조사한 결과 팀장의 54%는 “책임이 권한보다 많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권한이 더 많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위에서 쪼이고 아래에서 치인다고 얼마나 자주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매우 많이’와 ‘많이’가 49%, ‘보통’이 32.4%였다. “팀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팀장도 62%에 이르렀다.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김환일 박사는 “모든 기업은 팀별로 어떤 성과가 나올지 점검한 뒤 팀제를 도입한다”며 “기대 목표가 높아지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강화돼 노동 강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 리더십 등 역할교육신청도 급증

팀장의 고민을 반영하듯 팀장 역할을 제대로 배우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인터넷 교육기관인 휴넷-리더피아가 올해 5월 시작한 ‘팀장 리더십 스쿨’에는 벌써 400여 기업이 위탁 교육을 신청했다. 수강생도 3개월 과정에 수강료가 50만 원에 이르지만 1000명을 넘어섰다.

김장용 리더피아 리더십교육 팀장은 “팀제로 업무가 세부적으로 나뉘면서 나이 어린 팀장이 많아지고 있다”며 “능력과 별개로 팀원을 이끌 역량이 없는데도 준비 없이 팀장이 돼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팀장 관련 서적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팀장을 소재로 한 신간은 26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권)에 비해 크게 늘었으며 판매 부수도 215% 증가했다. ‘팀장 경영학’, ‘팀장 재무학’, ‘팀장 유머’, ‘팀장 생활백서’ 등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 기업들 정신건강관리로 압박감 줄여

LG그룹은 팀장급에 대해 정기적으로 단체 정신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관리자는 조직원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스스로 정신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원이 되면 의무적으로 전문 상담사와 개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삼양그룹은 올해 초부터 회장이 직접 83명의 팀장을 챙기고 있다. 리더십 평가와 교육은 물론 회장이 올해 들어 10번이나 팀장들과의 대화에 나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부족한 점,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양그룹 오원정 홍보팀장은 “회장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팀장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체계적인 진단과 교육으로 팀장 역할에 대한 압박감도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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