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외환은행 포기발언 왜?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포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치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8일 제주도 제주시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국민은행도 딜(계약)을 깰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단 외환은행 최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최근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발언 수위가 의외로 높아 향후 양측간 협상과정에 적잖은 진통을 예상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포기 가능성을 표명한 것은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 유효시한인 16일을 앞두고 계약연장을 포함한 재협상에서 론스타에 끌려다니지 않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이 계약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국민은행 역시 강성 발언으로 맞서면서 재협상을 앞두고 서로 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론스타 매각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부(國富) 유출' 논란에도 적극 대응하려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계약 연장에 급급해 론스타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 수석부행장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은 경제적인 협상이 아니라 국내 여론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협상"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국민은행은 가격과 조건 등과 관련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