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맨’ 박정인 카드로 위기관리…현대차 고위 임원 인사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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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정몽구 회장 석방 후 처음으로 고위 임원 4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위기관리’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1일 박정인(63) 현대모비스 고문을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또 이전갑(59)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은 현대파워텍 부회장으로, 김재일(57) 현대다이모스 사장은 현대차 북미총괄담당 사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배원기(49) 현대차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 재무통 박 부회장 그룹 2인자로

이번 인사의 핵심은 그룹 내 최고의 ‘재무통’으로 꼽히는 박정인 고문을 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 격인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으로 복귀시킨 것이다.

박 부회장은 국제유가 상승과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여파 등으로 어수선한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특급 소방수’의 역할을 맡으면서 그룹의 투명성을 높이는 문제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6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후 197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으로 옮기면서부터 정 회장을 30여 년간 보좌한 핵심 측근. 이 때문에 ‘정 회장의 표정만 봐도 마음을 읽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2002년 현대모비스의 회장까지 오른 뒤 지난해 9월 현대모비스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박 부회장에게 그룹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기면서 복귀시킨 것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정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김 사장 글로벌 경영전문가 정평

김재일 사장이 현대차 북미총괄담당 사장으로 옮긴 것도 눈길을 끈다.

김 사장은 현대차 인도공장 사업부장과 해외영업본부장 등 해외 생산 및 판매에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경영전문가로 이름이 나 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북미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를 증대시키는 것이 김 사장의 임무다.

배 전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모두 과거 정 회장이 경영을 맡았던 현대정공에서 일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자금 사건이 내부자의 고발에 의해 발생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임원을 중심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정 회장의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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