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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20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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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건설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증권사 자금으로 은행에서 거액의 CD를 발행받은 뒤 CD 사본과 발행 확인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로 모 증권사 전 직원 이모(43) 씨와 사채업자 최모(50) 씨 등 브로커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이를 중간에서 알선한 브로커 4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브로커 10명을 기소중지하는 한편 건설업체 관계자 등 233명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CD 발행에 관여한 13개 시중 은행 102개 점포 담당자와 7개 증권사 관련 직원들에 대해 징계 조치하도록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이해관계 일치"=소규모 건설업체인 A 개발진흥(주)은 지난해 말 서울 명동의 사채업자(브로커)에게 100억 원짜리 CD 발행을 의뢰했다. 연말 회계처리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 그대로 건설협회 등에 보고할 경우 올해 공사 수주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A 사에서 수수료 1억 원을 받은 브로커는 증권사, 은행 직원 등과 CD 발행 조건을 상의했고 CD 투자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증권사 직원은 회사 자금을 동원해 은행에서 CD를 발행했다.
은행 직원은 증권사에서 납입하는 CD 발행 대금을 유치해 수신 실적을 올리는 한편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CD를 발행해 별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사채업자는 100억 원짜리 CD 사본과 발행사실 확인서를 은행에서 받아 A 사에 건넸고, A 사는 유동자산이 충분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해 건설협회에 보고했다.
결국 증권사가 CD의 원 주인이지만 무기명이라는 점 때문에 A 사는 CD 사본을 구입해 자산을 부풀릴 수 있었던 것이다.
▽"광범위한 관행"= 검찰은 전국 5만 여개에 이르는 건설업체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제3자 명의 CD' 사본은 건설 시행업자가 토지 등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토지 소유주 등에게 자금력을 과시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 명의 CD 발행은 명동 사채업자를 중심으로 장기간 광범위하게 만연돼 왔다"며 "그 동안 단속이 미치지 못해 브로커나 금융기관 종사자 등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관행이 됐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보통 CD 액면가 1억 원 당 50만~1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CD 발행 잔액은 64조7103억 원 규모. 이번 검찰 수사는 2004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행된 1조8000억 원 규모의 '제3자 명의 CD' 발행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한편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건설업체 대표와 브로커 등이 250억 원짜리 CD를 위조해 현금화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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